왕의 여자들, 그 슬픈 운명

왕의 여자 -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며 평생을 보낸 그녀들의 내밀한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오직 한 사람을 바라보며 평생을 보낸 그녀들의 내밀한 역사, 전생에 나는 아마도 여자들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던 사람이었나 보다. 역사든 뭐든 유난히 소외받은 듯한 여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이 책을 읽은 이유도 저 부제 때문이었다. 왕의 여자들이 당연히 왕이라는, 한 사람을 바라보며 살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내밀'하다고 하니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었다. 역시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그녀들, 궁녀, 후궁 그리고 왕후라 불리었던 여자들. 또 궁녀에서 후궁으로 왕후로 올라가기도 했던 그녀들에 대해 알지만 몰랐던 역사적 이야기들이 아무런 정치적 해석 없이 그대로의 왕의 여자에 대해 서술했다.   

모두 3장으로 나눈 『왕의 여자』는 궁녀, 후궁, 왕후로 나뉘어 역사부터 궁녀나 후궁이 되는 과정,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많은 뒷이야기까지 알려준다. 모든 이야기는 역사적 사료에 의해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이야기들이 많아  흥미롭다. 그 중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궁녀들에 대해 조금 이야기 하자면,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궁녀들, 잘하면 신분 상승하여 후궁이든 왕후든 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그 궁녀들이 사실은 공노비 출신이었다는 사실. 그러니까 궁녀는 '천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그 시대 어느 양반집에나 있든 '노비'였던 거다. 그런고로 그녀들이 후궁이 될 가능성은 진짜, 밤하늘의 별 따기였고 왕과 마주쳐서 일(!)이 벌어지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던 '신데렐라', 그런 것은 드라마에나 존재한다는 것. 물론 그런 중에서도 장희빈이나 최숙빈 같은 운 좋은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들은 나름 적극적인 노력을 해서 이룬 것이라는 거다. 한번 궁녀는 영원한 궁녀였다. 죽음에 임박하거나, 소속 전궁의 상전이 승하하거나, 비위 사실이 있거나, 방출 결정이 나서 떠나야할 경우를 제외하곤 세상과 단절된 궁 안에서만 살아야 했다. 그러니 그들의 삶은 한마디로 슬픈 운명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왕의 여자, 뭔가 그럴싸하고 굉장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보여 왔지만 실상은 속박된 삶을 살아야 하는 가엾은 이들이었다. 저자가 책의 서술 방식으로 선택한 장희빈, 저자의 설명에 의해 궁녀에서 후궁으로 왕후가 되었다가 다시 후궁으로 격하되고 후궁에서 죄인이 되어 사형을 당한 그녀의 삶에서 어쩌면 우린 '왕의 여자'로 사는 것이 선택받은 삶이거나 행복하기만 한 삶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왕의 눈에 띄어 신분상승을 원하는 궁녀들이, 그것만이 어쩌면 슬픈 그녀들의 삶에서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짠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드라마나 영화 속 궁녀들의 삶이 오히려 더 맘을 편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그들이 비록 속박된 삶을 살았지만 나름의 행복을 찾았을 거라는 상상을 하고 싶은 그런 마음. '왕의 여자'라는 말로 싸잡아(!) 존재하는 삶이 아닌 그들만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