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난지도라 불리는 곳을 지나갈 때마다 악취가 코를 찌르던 것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또 어느 영화에서였을까,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더미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찾던 장면도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 책 『안녕, 베할라』를 읽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기억들이다. 

미국도서관협회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이 책은 필리핀에 있는 진짜, 쓰레기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소설 속의 아이들은 허구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생활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왠지 학대받거나 인권과 관련된 기사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조금 우울할지도 모르겠다. 한데, 읽어보면 그건 아니다. 책소개에서 말하듯 이 소설은 모험과 스릴이 포함되어 있다. 쫓고 쫓기는 긴장감도 준다. 한마디로 우울하거나 궁상맞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거다.  

이야기는 이렇다. 매일매일 쓰레가 줍는 것이 일인 이곳의 아이들은 운이 좋아 하얀색 플라스틱이라도 줍게되길 바라며 쓰레기를 헤치고 다닌다. 하지만 그런 운은 잘 오지 않는데 어느 날 라파엘에게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 운이 오고 말았다. 자그마치 1,100페소나 들어 있는 지갑을 주운 것이다. 그리고 지갑 속에 들어 있는 사진과 암호 같은 숫자와 열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 지갑을 차지함으로써 라파엘과 함께 한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들처럼 지나간다. 스릴과 긴장이 넘친다.  과연, 이 아이들이 무사할까, 마음 조리게 된다. 

여러 명의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책은 그 아이들이 그 지갑을 가지고 어떻게 주인을 찾고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끝내는지 들려준다. 그 모든 일의 시초가 된 부패한 정치인이나 부조리한 경찰, 그리고 아이라고 얕본 비열한 어른까지. 그들과 맞서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하는지 보여준다. 또 작가는 암호를 풀어야 하는 추리기법까지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그래서 이 책은 쓰레기 하치장에 살고 있는 불쌍하고 가엾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곳에나 다 있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뛰쳐나간 문 밖의 삶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그 속에 희망이 보이고 자신감과 더불어 이 사회의 민감한 문제까지 끄집어내면서도 너희도 이렇게 훌륭해야 한다는 따위의 훈계를 하지 않는다. 

조만간 영화화 된다는 『안녕, 베할라』, 우리 아이들도 용감한 이 아이들의 모험 속으로 같이 떠나보는 것은 어떨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