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포로 아크파크 세트 - 전5권
마르크-앙투안 마티외 글 그림, 이세진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꿈을 자주 꾼다. 아니, 거의 매일 꿈을 꾼다.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꿈을 꾸는 지경이다. 그래서 가끔은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보는 게 '꿈'이기도 하다. 하룻밤에 꾸는 대부분의 꿈은 일어나면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끔은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해서 과연, 내가 꿈을 꾼 것인지 진짜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다. '꿈의 포로'라니, 도대체 아크파크라는 남자가 어떤 꿈의 세계에 빠져 있기에 포로씩이나 되었단 말인가. 혹시 나도 꿈의 포로는 아닐까? 이토록 꿈을 꾸어대니 포로인 셈이나 마찬가지?!  

얼마 전에야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나기도 하는데 아마 중간에 읽다 말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랬기 때문에 이 책《꿈의 포로 아크파크》를 읽으면서 어, 이것 시작이 《1984》 같아. 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던 것. 책소개를 보니 그렇댄다. 《1984》의 흐름을 색다르게 표현한 작품이란다.  또 '아크파크'라는 이름은 카프카를 패러디한 이름이란다. 카프카의 소설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듯한 만화 속 주인공. 그만큼 만화의 내용은 철학적이다. 뭘 의미하겠는지는 알겠는데 도무지 이해가 불가능한, 조금은 어렵고 그래서 만화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런 작품.

만화 속 배경은 《1984》처럼 근미래의 어느 나라다. 1권 〈기원〉에서는 《1984》에서 봤듯이 부조리한 권력과 억압적인 상황들이 비슷하게 패러디되어 보여준다. 유머부에 근무한다는 아크파크가 웃기는 유머를 승인하기 위해 회의에 들어가 그들이 논의하는 회의는 웃.긴.다. 기각된 유머

"연세 지긋한 영감이 한 아이를 만나서 물었다. "쥐방울만 한 녀석, 어딜 가냐?" 그러자 아이가 이렇게 대꾸했다. "할아버지는 소방울이에요?"

푸핫-.-;; 그들에게 왜 유머부가 필요한지 깨닫게 되는 문장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간이다. 이 나라의 가장 문제점은 공간이 없다는 거다. 사람이 걸어다닐 만큼의 공간도 없을 만큼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 사실은 갑갑함이 밀려온다. 이런 미래가 어디 있단 말인가, 만화가의 상상력이란 정말! 하고 있는데 뒷통수를 치는 장면, 바로 엘리베이터 속 공간이다. 엘리베이터가 지나다닐 때마다 마루판을 걷어내고 피해야 한다. 하루에도 5~60번을. 그럼에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왜? 그렇게라도 공간 확보를 해야하니까. 이건 정말이지 만화가의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기에 이런 상상이 가능한지 들어가보고 싶어진다. 

2권에선 꿈을 꾸다가 깬 아크파크에게 들이닥친 생활공간 검사인들. 이 나라는 한치의 공간도 틈을 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치수에 정확해야 하는데 아크파크는 서랍을 열어두고 말았다. 서랍을 열어두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 그는 체포된다. 뭔 이런 일이 있냐고? 만화니깐^^ 

사실 다음 권으로 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나를 힘들게 했다. 가위 눌린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꿈 공장이 나타나고 잃어버린 꿈을 찾아 다니고 만화가가 그린 만화 속으로 들어가더니 꿈활동을 검사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마지막에 세상이 모두 평면으로 변해버려 하부세계로 잃어버린 두께을 찾으러 떠나기도 한다. 이제 그만 깨어나고 싶은데 이놈의 가위가 자꾸만 눌러버린다. 뭐야, 이거 꿈이야 현실이야. 정신이 없다. 달려도 달려도 그 자리. 헥헥.. 그래서? 

꾸어서는 안 될 꿈, 거지 같은 악몽이지.  

같이 읽은 친구가 말했다. 만화랄까, 삽화를 그리는 그 친구는 《꿈의 포로 아크파크》가 완전 멋지지 않냐고 했다. 동의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되었다. 만화를 볼 줄 모르는 나니깐, 만화를 볼 줄 아는 그 친구가 멋지다고 하는 그걸 찾고 싶었기 때문. 그래서 찾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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