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레드북 - 100명의 솔직한 초경 이야기 '여자는 누구나 그날을 기억한다'
레이첼 카우더 네일버프 엮음, 박수연 옮김 / 부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은 초경을 다룬 이야기다. 여자에게 초경은 황당한 일이거나, 기다렸던 일이거나 혹은 끔찍한 일이다. 요즘이야 성 교육이 나름대로 되어 있으니 다들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 더구나 외동딸로 선머슴처럼 자란 터라 초경이 나왔을 때 책 속 대부분의 무지한(!) 소녀들처럼 이제 난 죽는구나! 라는 생각보다 너무나 무심하게 이건 뭐야? 하고 지나쳐버렸는데(다시 생각해도 참 나다웠다는 생각;) 나중에 던져놓은 속옷을 본 엄마의 반응도 쿨했다. 아무런 설명도 없고 그냥 생리대만 던져주었던 것. 역시 책에 나오는 여느 소녀처럼 당연히 소변처럼 나오고 마는 구나, 생각하고 학교 갔다가 이번엔 진짜로 당황했던. 아, 정말 오래된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남자 아이들과 허구한날 동네 구석구석이나 뒷산으로 싸돌아다니길 좋아하던 건강했던 소녀였기에 이 빌어먹을 것은 정말 짜증이 날만큼 싫었다. 오죽하면 난 다시 태어나면 남자애로 태어날 것이라는 둥, 이런 것이나 할 것 같으면 군대를 가겠다는 둥 말도 안 되는 헛소리만 해댔었다지. 그런다고 한 번 시작한 것이 멈출 리는 없고. 그렇게 매달, 그것이 찾아올 때마다 저주를 퍼부었더랬다(결혼을 안 했고 아기를 가지는 신비로운 경험도 못한 탓에 나는 아직도 이 빌어먹을 것이 싫다-.-;). 

마이 리틀 레드북』을 읽어보니, 세상의 모든 소녀들은 정말 비슷한 것 같다. 하긴 우린 인간이니까 당연하겠지만도.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경험을 하는 소녀들도 있었는데 대부분이 나처럼 이게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였다. 

응급 맹장 수술을 하러 들어갔다가 카테타를 꽂는다는데 그게 뭔지 모르는 찰나 시작하게된 헬마, 뭔가 아래에서 줄줄 새는 듯한 느낌이 드니 간호사가 자길 죽이는구나! 했단다. 바클리 레이첼은 추수감사절날 크린베리 소스를 만드는 일이 집안 전통이었단다. 열심히 크린베리 소스를 만들다가 화장실에 갔더니 어랏, 왜 소스가 여기 묻어 있지? 하핫; 또 생리가 나오는 내내 속옷을 태워버리다 결국 엄마에게 들켜서 고백을 하고 만 수잔, 그녀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고 엄마에게 말했단다. 이런 미신도 있다. 초경을 시작하자 델마의 아빠가 말했단다. 식물에게 물을 주지 마라고, 왜? 생리 중인 여성이 식물을 죽이는 '메노톡신'인가 뭔가를 분비한대나 어쩐대나. 황당한 일이지만 여러 문화권에서 존재했던 이야기란다. 결론은 틀린 주장. 더 황당한 것은 행운을 몰고 온다고 엉덩이를 철썩 때리는 일도 있다 한다. 

이렇게 백 명에 가까운 다양한 여성들의 초경담은 놀랍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니 가까운 친구들이랑 모여서 초경이야길 한번씩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어쩐지 배꼽 잡고 웃을 것 같은 예감이. 물론 나도 여기 다 못한 황당하고 웃긴 이야기가 있다. 암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글을 쓰는 걸 보니 이제 소녀는 아닌가 보다.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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