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온라인 서점에서 하두 곰스크, 곰스크하기에 책이 보이자마자 읽어봤다. 그동안 책소개도 읽지 않았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은 것. 오래된 소설이라는데, 읽다 보니 그래, 어디선가 읽은 듯도 하고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아니,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면 여자든 남자든 많은 생각을 주는 소설이었다. 
삶을 살면서 안정, 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아마 세상에서 제일 이겨내기 힘든 유혹적인 단어일 것이다. 꿈이 있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그 아무리 높다하더라도 안정적인 삶이 주는 혜택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굴복하고 말 테니까.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 삶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살아온 삶에서 나름 곰스크로 향하기 위해 무던 애를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좌절했던가? 난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한다면 나는 하고 말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게 항상 잘한 것은 아니었는데 그럼에도 원하는대로 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그것에 대한 미련으로 후회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난 그동안 잘 살아온 것? 한데 사실은 잘 모르겠다. 현재 만족하지 않은 상황에선 항상 그때 이 길이 아니고 저 길로 갔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니까. 그게 삶이든 사랑이든 가보지 않은, 행하지 않은 것엔 누구나 미련을 두게 마련이니까. 언젠가 내 삶에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얘길 들었다. 생각해보니 결혼이라는 걸 하지 않았으니 내겐 집을 떠나고 십여 년 해오던 일을 그만둔 것이 두 번의 기회였다. 그렇다면 한 번의 기회가 남은 것인가? 하긴 지난해부터 자꾸만 발동이 걸리고 있다. 현재의 내 삶이 안정적이지 못한 탓이다. 

이 책에서 「곰스크로 가는 기차」보다 두 번째 단편 「배는 북서쪽으로」를 읽으며 더 공감이 갔는데 그 이윤 나도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도대체 난 어디로 가기 위해 지금 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항상 지금, 바로 이 순간, 만을 위해 사는 삶이야말로 제일 행복하다고 믿었는데 불쑥,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말았다.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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