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의 조짐 패러독스 7
보이지 않는 위원회 지음, 성귀수 옮김 / 여름언덕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먹고 사느라(-.-) 정치니 사회니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가 띠지 문구에서부터 '반란의 조짐'이 보이는 책을 한 권 읽었다. 그 띠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책은 테러리즘의 매뉴얼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위험하다면 위험한 문구를 이렇게 적은 걸까, 싶은 맘이 들었고 책을 가지고 있던 분이 어찌나 리얼하게 설명을 해주시는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첫 장을 넘기면 이 책에 대하여 프랑스 르몽드 지가 논평한 문구가 나온다. "권력이 이토록 두려워하는 책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권력이 두려워하는 책이라니. 이 말은 2008년 11월 11일 프랑스 중부 타르낙의 산골 마을에서 있었던 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논평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그 마을 주민 20여명을 연행하고 그중 9명을 '테러 계획과 연관된 범죄조직'이자 최근 철도 사보타주의 범인으로 지목했는데 그들의 대부분이 파리의 중산층 출신으로 부족함 없이 성장하고 대학원 이상의 교육을 받은 27~34세의 젊은이였다고 한다.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 9명이 '극좌 아나키스트 자치 조직'이자 '반란의 조짐'의 저자인 '보이지 않는 위원회'라고 발표했고, '반란의 조짐'은 '테러리즘의 매뉴얼'이라고 주장했단다. 그러나 2009년 3월에 핵심의 우두머리로 지목당한 쥘리안 쿠파를 마지막으로 테러리스트로 단죄할 증거가 없어 모두 풀려났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이 모든 수사와 조사는 결국 '반란의 조짐'이라는 문건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난다. 그 '반란의 조짐'이라는 문건이 바로 이 책인 거다. 

사실 위와 같은 내용을 읽으면서부터 이미 나는 이 책에 빠져들었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듯이 도대체 그 문건이 무엇이기에, 만약 그들이 테러리스트라면 왜? 하는 의문과 미국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아마존에 베스트셀러로 오를 정도라고 해서 더 궁금해진 것. 과연, 서문에서부터 내 흥미를 끌었다. 이런 내용으로 시작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탈출구가 없다.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현재 상황은 어떻게든 희망을 품고 싶어 하는 자들이 의지할 만한 모든 것을 박탈해버린다. 해결책을 보유하고 있다 주장하는 자들은 조만간 환멸에 부닥치고 만다. 모든 것이 보다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는 것은, 지극히 멀쩡한 겉모습과는 달리 원조 펑크족의 의식 수준으로까지 치달은 이 시대의 금언金言이다."  

프랑스에서 나온 책이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우리의 현재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읽을수록 공감의 고개만 끄덕끄덕.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문 말미에 책을 쓴 이들은 그저 당대에 흔히 나도는 이야기들, 술집 테이블에서 주절대는 잡담들, 침실 문 너머로 새어나가는 수근거림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현 상황이 혁명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읽어보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   

역자는 이 책이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제1부에서 보여주는 일곱 개의 동심원 구조가 그 자체로 21세기의 지옥도를 시각화했다고 한다. 사실, 그 일곱 개의 주제는 현세를 살아가는 어느 누가 읽어도 공감을 끌어낸다. 마음으로는 다 알고 있는 사실들이지만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그런 상황임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이 세상과 타협하고 사회에 어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우리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도 꿰뚫어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노동과 환경, 경제, 도시화와 문명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는 위원회'의 저자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 반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바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너무나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그만큼 그들의 논리는 꼼꼼하고 탁월했다. 그래서 처음엔 당황스럽다가 나중에 가서는 왠지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제1부에서 그들이 보여준 상황들에 공감을 하면서 마치 지금 당장 반란의 무리에 들어갈 것처럼 흥분을 하고서도 드디어 반란을 해야하는 제2부에 들어가서는 사실 그 격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진짜, 테러리즘의 매뉴얼이었던 것. 

"모든 패거리 문화는 오로지 자신의 보잘것없는 안위를 보존하는 것만이 관심사이기에 반혁명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단체들에 아무것도 기대지 말라" "누구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모든 과격한 파업이 코뮌이다. 지극히 간명한 근거를 내세우며 무단 점거된 모든 건물이 코뮌"이라며 코뮌을 구성하라 말하다. 또 코뮌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하나 그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어야 하는 돈이 아니라 '검은 돈'이라고 말한다. 검은 돈을 가지기 위한 방법으로는 온갖  암거래, 위조 분만을 통해 탈취한 국가 보조금, 이곳저곳에서 끌어 모은 학자금 등등 탈취하고 경작하고 제조하며 훈련하고 터득하라고 가르친다.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익명성을 통해 공격 자세를 취하라고 한다. 또한 평화적 봉기는 존재하지 않으며 무기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걸 사용할 필요가 없게끔 최선을 다하라고는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이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약한 마음을 위해 앞서 저자들은 그토록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배경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를 보면서 깨달은 것은 역시 난 테러리스트가 되기는 힘들겠구나, 내가 그동안 이 사회에 너무 많이 길들여지고 말았구나, 싶은. 하지만 이 책은 테러리즘의 매뉴얼이든 권력이 무서워하는 책이든 간에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표적 우익 논객 가운데 한 명인 글렌 벡Glenn Beck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 “내가 읽어본 가장 사악한evil 책이다. 하지만 피하지 말고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래야 무엇이 다가오고 있는지 알고 대비할 수 있다.”고 거듭해 호소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