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3
야마모토 켄조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간만에 눈에 들어온 그림책 한 권, 이세 히데코가 그린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이다.
내가 이세 히데코를 기억하는 이유는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때문이다.
가끔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이 따뜻해지면서  
흐릿하고 울컥할 때가 있는데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물론 글의 내용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지만
이세 히데코의 아름다운 수채화 그림이 그 뭉클함을 더욱 부추겼다고나 할까.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이세 히데코는 파란색을 많이 사용했다.
물빛처럼 파란 수채화는 눈물처럼 투명하고 마음에 와 닿았다.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는 거리를 떠도는 개와 한 소년의 따듯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 그 개는 발이 세 개밖에 없었고,
주인이 없어 지저분한 몰골로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외로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이고 서로를 알아보는 법이다.
그러므로 엄마를 잃고 상처투성이인 소년과 다리 한 짝을 잃고
거리를 떠도는 세발이가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것. 

다리가 세 개밖에 없지만,
세발이는 잘 달렸고, 달리는 세발이를 따라 소년도 달렸다.
숲으로, 거리로, 사람이 없는 길에는 세발이와 소년의 웃음 소리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팔을 벌린 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벌렁 누우면 
건물 틈새로 작은 하늘이 파랗게 보였지.
많은 창문에 비친 햇살이 무대 조명처럼 우리를 비췄어." 

그리고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자다가 눈을 뜬 소년은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세발이가 궁금해졌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한 거리엔 오직 차들만이 지나간 흔적을 남겼고,
목청껏 불러도 세발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운동화 속으로 눈이 스며들었어.
손가락이 굽어서 추운 줄도 몰랐지.
많은 사람들이 역으로 가고 있었어.
나는 이리저리 헤매었어."

어디로 간 걸까? 소년은 세발이 걱정을 하며 찾아다녔다. 소년은 세발이를 찾을 수 있을까?
설마 집이 없는 세발이가 눈속에 파묻혀버린 것은 아닐까?

 
 

글을 쓴 야마모토 켄조, 처음 들어본 글작가이지만
세발이와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을 따듯한 문장으로 잘 표현했다.
 
누군가 나와 소통을 하고 있다는 느낌은 좋은 거다.
누군가 나를 좋아해주고 있다는 감정은 억지로 생기는 것은 아니니
소년과 세발이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였을 것이다.
힘들 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준 그런 사이였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르쳐 준 너…….
외톨이 소년과 세 발 강아지의 소중한 만남,
영혼을 울리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


 


맞다. 가슴 따뜻한, 그래서 눈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게 만드는, 먹먹한 그런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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