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민음 경장편 3
하재영 지음 / 민음사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드디어 그녀의 소설을 읽었다. 이번에 나온 소설집『달팽이들』을 읽기 위한 전초전. 책을 구입하면서 올라온 리뷰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어찌나들 박하게 말을 했는지 겁을 잔뜩 먹고 읽었다. 한데 다 읽고 나니 뭐야, 다들 왜 그랬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나. 책은 나름 재미있었다. 흥미진진 나름의 반전도 있었고, 짜임새도 나쁘지 않았다. 몰입하게 해주었고 쉽게 읽혔으며 공감가는 문장도 많았다. 역시 책은 취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나 할까.

이야기는 인기 배우 신미아의 자살로 시작한다. 그녀는 이 책의 화자인 나, 지효의 고등학교 때 친구이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기억이 나지만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는 사이. 신미아의 자살로 잊고 지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 지효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문'이 어떻게 발생하고 또 어떤 식으로 퍼져나가는지 보여 준다. 또 죽은 신미아를 둘러싼 세간의 말, 말, 말들.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미 겪어본 일들이다. 망자를 두고 끊임 없이 터져나오는 소문들이 죽은 사람에게조차  멍에를 뒤집어씌우는 무시무시한 일을.    

또 하나의 배경은 현재다. 결혼을 했지만 남편과 주말 부부인 지효와 그녀의 옛 애인 레밍과의 불륜, 어릴 때부터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던 한 살 터울 오빠 지혁에 관한 이야기.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이야기들은 나중에 가서야 얽히고섥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효의 첫 사랑, 미아의 첫 사랑, 그리고 레밍의 첫 사랑과 오빠의 첫 사랑까지.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내밀지 않는 손을 잡으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뱅뱅 도는 느낌이랄까.   

『스캔들』은 가끔은 솔직한 것이 나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그 솔직함으로인해 누군가 받았을 상처는 차라리 거짓말을 했음이, 아니라고 우겼음이 훨씬 더 나은 방법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또 열아홉 소녀의 질투 섞인 한마디가 불러일으킨 스캔들과 결과. 열아홉 소녀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고도 남을. 하지만 그 파장에 대해선 전혀 알 수가 없었음에 대해, 작가는 말한다. 그때는 몰랐다고. 『스캔들』, 작가가 통속이라고 말한 것처럼 지극히 통속적이면서도 통속이 나쁘지 않음을 가르쳐주는 소설이었다.  

"솔직한 건 나쁘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솔직한 사람이라고, 바로 그 솔직한 인간들 때문에 관계는 어려워지고 종국에는 모든 것이 엉망으로 헝클어진다고, 그러므로 솔직함은 미성숙의 동의어에 불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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