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테이블 - 프랑스 시골에서 만난 음식과 사람 이야기
제인 웹스터 지음, 차유진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모임에서 만난 친구 중 한 명이 올 여름 프랑스 근교로 몇 달 동안 여행을 간단다. 그곳에서 학교 다녔고, 프랑스에서 생활을 해 본 친구들은 죄다 프랑스를 그리워하는 터라 그 친구 역시 그저 다니러 가는가 보다 했는데, 서너 달 스튜디오를 빌려 프랑스에서 살아보기 같은 것을 해볼 작정이란다. '그곳에서 살아보기', 내가 허구한 날 꿈꾸는 여행이 그런 것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데다 언제쯤에나 그 꿈을 이루어볼까, 한숨만 쉬던 차에 친구의 그런 소식을 들으니 부럽기도 하고 따라가고 싶다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다가 결국 책을 들었다. 언제나 늘 그렇듯이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난 여행 책을 읽었으니까. 한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프랑스에 관한 책이었다. 그것도 그곳을 잊지 못해 아예 살기 위해 떠난 한 가족 이야기.

<프렌치 테이블>의 저자 제인 웹스터는 호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오랜 세월 동안 프랑스 문화와 요리에 관심을 가졌었단다.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다니던 학교마저 그만두고 카페를 열 정도로 프랑스를 사랑하던 그녀, 결국엔 파리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보스구에의 성을 하나 사서 가족을 이끌고 호주를 떠나온다. 그녀의 꿈은 그 성에서 "프렌치 테이블 투어"를 시작하는 것. 와우!!

제인은 보스구에의 오래된 성을 사서 손수 쓸고 닦으며 성을 가꾸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호주 멜버른의 도시생활에 익숙했던 제인과 가족들, 처음엔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염려도 했겠지만 호주의 집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엄청나게(!) 큰 집에서, 마을의 공원 안에 성이 있는 덕분에 가진 넓은 정원(!)과 큰 나무들을 보며 사는 일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을 것이다. 하긴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면 회색빛의 건물들이 보이는 게 아니라 들판이 보이고 꽃이 피어 있는 사과나무와 길게 뻗은 울타리가 보이는 곳이라면 누구라도 꿈이 아닐까,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겠다.

<프렌치 테이블>은 제인 가족이 프랑스에 거주하며 보낸 일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일 년은 제인이 기획한 "프렌치 테이블 투어"를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다. 투어의 시작을 위해 노르망디 시골마을 보스구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생활한 이야기들이 가득이다. 아름다운 노르망디의 풍경 외에도 프랑스 요리에 심취한 제인답게 제인이 선보이는 계절별 요리들은 입맛을 돋우고도 남는다. 그런 까닭에 여행만큼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책을 보며 어떻게 나도 한번 만들어봐? 실천하지도 못할 상상만 해댔다.

안 그래도 주변에 프랑스를 못 잊는 사람들이 많아, 도대체 그곳이 얼마나 좋았기에 다들 이 난리인가, 했는데 <프렌치 테이블>을 보니 보스구에의 성엔 한번 가보고 싶기도 하다. 파리에서 겨우 5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는. 프랑스가 좋아 프랑스에 살러 간 사람들이 모두 제인처럼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를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책을 처음 읽으면서 <프렌치 테이블>과 비슷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책 역시 북노마드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었고, 내 기억으론 역시 호주에 사는 한 가족이 프랑스로 살러 온 이야기였던 것 같았다. 혹시 이 책은 그 책의 개정판인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그것 외엔 일치되는 것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책을 찾아봤다. <마이 프렌치 라이프>, 이 책의 가족들은 프로방스로 떠났다. 제인이 파리 근교의 성을 사서 들어간 반면 호주 시드니에서 잘 살고 있던 비키 아처는 프로방스 생 레미의 농장을 사서 들어갔다. 비키 역시 생 레미의 오래된 농장을(17세기에 지은) 사서 수리하고 청소하여 들어갔다고 한다. 2천 그루가 넘는 농장의 사과나무와 배나무, 올리브나무까지 돌봐야 하는 처지였지만 비키는 운명이고 축복이었다고 하니, 제인도 비키도 어쩌면 전생에 프랑스 인이었는지도 몰라.

아무튼, 프랑스로 떠나는 친구의 부러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택한 책으로 말미암아 머무는 여행, 그곳에서 살아보기에 대한 욕망만 잔뜩 더 쌓이고 말았다는 슬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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