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엄마들은 생긴 모습은 다를지언정 모두 엄마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리고 자식이라는 존재들은 오늘도 또 날카롭고 긴 못을 엄마들의 가슴에 박아 넣고 있을 것이다. 못 박히고 박는 관계, 어쩌면 이것이 피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지도 모른디. 어리석게도 우리들은 그 못이라는 존재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임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여기며 살아갈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안다. 평생 엄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더라도, 그녀 곁에 있는 나라는 존재가 그 상처에 바르는 빨간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다짐해본다. 내일은 좀더 효과가 좋은 빨간약이 되어 보자고.-『100인의 책마을』_엄마의 가슴에는 빨간약이 필요하다(김민경) 중에서

엄마를 생각하면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일 겁니다. 같이 있으면 친구처럼 티격대고 떨어져 있으면 너무나 그립고 다시 만나면 또 다시 티격대고. 그래도 우리는 엄마에게 빨간약이 될 수 있는 존재들. 김민경 님처럼 가능하면 '효과 좋은 빨간약'이 되면 좋겠어요. 곧 설날입니다.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한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날. 엄마 생각이 나서 책을 찾다가 『100인의 책마을』에 들어 있는 글을 읽었고 그 글 뒷쪽에 실린 책수다에 <문학 속에서 만난 가족> 이란 주제로 책을 소개한 게 있어서 올려봅니다. 

아무튼, 이번 설날엔 별 것도 아닌 일로 엄마에게 '대들지' 말고(^^), 형제들하고도 엉뚱한 이야기로 다투는 일 없이 화목한 연휴가 되시기를, 다들!^^   

 

'나'를 시작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삶을 총망라했다. 그것을 담아내는 방식이 증언이나 문헌상의 정보 등을 토대로 한 묘사라서, 보는 사람은 규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을 넘어 가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현대사를 알려 준다._정군 

이 책은 나도 읽었다. 『마당 깊은 집』을 워낙 좋아한 터라 '비극적인 운명을 가진 삼대의 가족사'라는 문구와 김원일이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읽게 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때 읽고 쓴 리뷰의 한 토막은 이렇다. 강재필에게 가족은 부끄러운 존재들이다. 독립운동을 한 할아버지 역시 알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관동군 731부대에서 하수인 노릇을 하였고, 그 속죄로 좌익의 길로 들어섰다가 당국에 요주의 인물로 찍혀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중국어 통역관 노릇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소일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그에 비하면 더 보잘것없는 아버지 강천동은 몸집만 클 뿐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다. 그의 어린 시절은 화자인 강재필과 많이 닮아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강간하여 아내로 들여앉히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강재필과 고향으로 온 어머니는 사고로 사람을 죽인 강천동이 감옥살이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정신병 초기 증상을 보이며 방구석에서 꼼짝 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고 공포심에 사로 잡혀  마흔 살도 못 되어 요양소에서 거식증으로 죽고 만다.  이 책은 '서로 다르면서도 닮은꼴인 삼대의 생과 함께 묘사된 우리 현대사 백 년의 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가 집안에 있음으로 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이 시작되는지 이 책은 잔인하게 기록해 간다. 가족 구성원 한 명 한 명을 들어 가며 고통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지만, 주인공 벤으로 인해 소소한 일상의 평화가 얼마나 처절하게 깨지는지를 세세하게 드러냈다._태극취호 

부모란 무엇일까, 나름 아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사람들이 부모이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래 전 읽었던 책의 리뷰에 나는 이렇게 썼다. 섬뜩하고 무섭고 왜? 라는 의문부호만 생각이 난다. 아이란 가정환경과 사랑에 의하여 성격이 형성된다고 생각했는데 유전자가 그걸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바꾸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유전자가 있으면 태어나서도 엄마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바꾸어지지 않는 것인가???? (오래된 리뷰를 보니 그 참;;;) 평범한 부부, 아이가 좀더 많은 행복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낳았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물론 소설이니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 특히나 요즘처럼 이상 소견이 많은 환경에서 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둥지 속의 동상이몽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점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가족은 가장 많은 공간을 함께 하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많지만, 늘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을까._비이 

줌파 라히리의 소설은 정말이지 별 거 없다. 그냥 소소하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매력이다. 읽기 시작하면 미칠 듯이 빠져든다. 표제작인 「그저 좋은 사람」에서 보여주는 이민자 가족의 삶은 우리가 여태껏 보아온 우리 이민자들의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고, 손자는 좋으면서 딸과의 관계를 버거워하는 아버지와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내고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결국엔 이해를 하고 마는 딸의 이야기를 다룬 「길들지 않은 땅」이나 평생 가족을 위해 살며 자기만의 비밀을 하나 간직하고 사는 우리네 엄마와 다를 바 없는 인도 엄마의 모습을 다룬 「지옥-천국」은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일들이다. 또 한때 좋아했던 친구의 결혼식에 초대받았지만 그걸 기회로 부부만의 즐거운 여행을 꿈꾼 부부에게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결혼 생활의 회의였던 「숙박시설의 선택」, 그리고 독특한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아무도 모르는 일」과 연작으로 풀어낸 「헤마와 코쉭」의 인생은 어린 시절에 잠시 함께 보냈던 남녀가 오랜 시간이 지나 해후를 하지만 결국엔 삶을 같이 하지 못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삶과 죽음, 결혼, 연애와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접근을 하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가 자신이 이민 세대라서 그랬을까,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접근을 가족과 같은 주변인들을 통해 들려주는데 정말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 외,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12살 진희라는 소녀를 통해 어른들의 세상을 들여다보는 성장소설로서 여러 사람들의 감정을 드나들며 표현하는 심리묘사가 뛰어나다. 나름대로 삶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새의 선물』_텅빈하늘  

세상에는 갚아도 절대 다 갚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다. 처음부터 보상을 바라지 않고 베푼 사랑에는 우리가 살맛 나게 하는 진실이 담겨 있다. 그 사랑은 언제나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된다. 내가 한 그루의 나무라는 것을. 또한 내 나무 옆에는 늙은 나무 두 그루가 서 있음을.『허삼관 매혈기』_티티새 

배 속에 아기가 생긴 후 나는 눈물이 많아졌다. 문득 엄마가 된다는 것이 '눈물'과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아낌 없이 다 주고 난 후에도 자식을 위해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자신을 외면하는 자식에게 해 주고 싶은 것이 하나씩 늘어갈수록 정작 자신의 부모님께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자꾸만 줄어든다.『눈으로 하는 작별』_빛나는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행동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에 적극 동감한다. 마지막 반전을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놀랍다. 또 마지막까지 정신 못 차리느 녀석와 엄마. 자신의 아이라면 왕처럼 받드는 요즘 엄마들을 생각하면 비웃을 일이 아니다.『붉은 손가락』_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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