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크리스마스도 있고 송년회도 많다. 당연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할 일도 많아진다. 선물이라는 것은 할 때마다 고민스럽기 마련인데 다행이라면 내 주변엔 거의 모든 친구들이 책을 좋아하기에 무조건 책 선물이다. 비싸지 않고 가치 있고 품위까지 있다. 그들의 취향을 아니까 받으면 또 좋아라 해준다. 그런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책이다. 아, 당신에게도 주고 싶다. 책을 좋아만 한다면!  
 

전작주의를 원하는 당신에게

하두 눈 빠지게 기다린 책이라 해를 넘기지 않고 이 연말에, 선물하기 좋은 이때, 개정판을 내준 출판사에 감사할 정도다. 김연수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모두 알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이 책을 기다려왔는지. 절판된 지는 오래되었지, 중고 서적에선 배송비 포함해서 거의 6만원 돈에 팔고 있지. 책을 구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아쉬운 책이었다. 담달에는 나올 것이다, 라는 말 때문에 주변 친구들과 담달책으로 명했던 『7번 국도 Revisited』, 2010년 대미를 아마도 이 책으로 마감할 것 같다. 김연수 작가의 책은 한 권을 읽게 되면 나머지 책을 다 찾아 읽게 만든다. 이해가 되는 듯하면서 뭔 소리인지 모를. 다른 책 같았으면 에라이, 하고 던져버리고 말 텐데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오기을 갖게 만든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김연수 작가에겐 호불호가 분명한 독자들이 많고 한번 그의 작품에 올인하게 되면 마니아가 되고 마는 것 같다.  

7번 국도 Revisited』는 1997년에 나온 초판본하고 조금 달라졌다고 한다. 개정판이라고 하면 표지나 따로 입히고 가격만 올려서 다시 나오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7번 국도 Revisited』는 그게 아니란다. 작가가 거의 새로 쓰다시피 손을 봤는데, 이게 또 독자 입장에서는 거의 알아채지 못하게 업그레이드 되었다고나 할까. 하긴 십 년이란 세월이 얼마나 긴 시간인데 그동안 작가의 문장력은 얼마나 좋아졌을 것이며, 자신의 글이지만 초기에 쓴 작품이니 얼마나 손대고 싶었을까,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우선 초판본을 다시 읽어야겠다. 그리고 개정판이 나오면 개정판을 읽어보리라!(아, 우선 친구들이 오기 전에 집에 있는 『7번 국도』는 비밀 장소에 보관해놔야지.ㅋㅋ)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림 책을 좋아하지만, 이수동의 『토닥토닥 그림편지』는 나오기 전부터 눈길이 갔다. 내가 딱 좋아하는 그림 스타일에다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고 하니, 그것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행복이 담긴 따뜻한 글들. 주문을 하고 받아 펼쳤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았다. 이건 뭐 송년과 신년을 위한 책이라고 밖에 할 수가 없다. 그는 그녀에게, 그녀는 그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서로 위로되고 행복해할 것 같다. 

"꽃 같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 내 마음이 붕~ 뜬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 꽃배 타고 구름 위를 두둥실 뜨는 이 기분…. 어하둥둥, 내 사랑이다." 

"눈밭이지만 추울 리 없다. 따뜻한 소파에 그녀의무릎을 베고 누워 꿈처럼 달콤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야기가 꽃이 되고 꽃은 달이 되어 다시 그들을 환하게 비추고 있으니 이미 겨울이 아니다." 

단, 솔로인 자들, 염장 제대로 받을 지도 모른다. 그림과 글이 너무 아름다워서 짝사랑 상대라도 있으면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당신에게  
 
이 책을 다시 읽은 후부터는 누구든 내게 가볍지 않고 마음에 남을, 읽을 만한 에세이 한 권 소개시켜주세요. 하고 물으면. 그 분이 여자라면, 지금 조금 우울하거나 마음이 가라앉아 쓸쓸해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 여행기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고 궁시렁거린다.(여행기는 정말 취향인 듯. 왜 여행기가 싫은 거지?) 그럼 나는 다시 말한다. 이건 여행기가 아니에요. 물론 여행을 하면서 쓴 글들이지만 여행기라고 생각하지 말고 행간에 들어 있는 내 마음을 건들이는 문장들을 읽어보아요. 조금 위로가 되고 울컥하며 마음이 편안해질 거예요.  

"아무리 큰 바람이라도 허공에 있으니 볼 수가 없다. 나뭇잎이 흔들리거나 풀이 한쪽으로 누워야 바람이 보인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집이 허공에 들리면 그제야 바람이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니 꽃잎이 흩어지고 난 후에야 남은 꽃대를 매만질 뿐이다. 영원히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사람이 떠난 후 그의 손을 찾느라 밤길의 허공을 뒤적일 뿐이다. 그땐, 마음이란 건 본래 볼 수 없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랬다. 정영 시인의 『지구 반대편 당신』은 그런 책이었다. 한 장 넘길 때마다 밑줄이었고 사람을 이야기하고 도시를 설명하는 그 중간 중간 불시에 튀어 나오는 문장들에 가슴이 시큰거렸다. 한 쌍의 의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세상의 그늘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데, 나와 똑같은 울음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올 때, 나처럼 지독한 외로움에 몸서리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지구 반대편에 '내' 당신이 꼭 존재할 것 같았다. 그 후부터 난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너만 그런 게 아니니까, 힘을 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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