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며 책을 몇 권씩이나 들고 가는 짓은 어리석다 하고
누군가는 책 두어 권도 없이 어떻게 그 긴 여행을 떠나느냐고도 합니다.
그럼, 나는 어떤 유형일까, 생각해봤죠.
이건 뭐 여행이 먼저냐, 책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은 차이인지라
여행과 책,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저로서는
가능하면 두꺼운 책 한 권으로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게 라는 엉뚱한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번에 『여행자의 독서』를 펴낸 이희인 저자는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고 합니다.
어느 책에선가도 그런 글을 읽은 것 같아요.
미리 그 도시에 관한 책을 읽은 후에 그 나라, 그 도시를 방문하게 되면
뭔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구요.
물론 이런 경우는 책을 좋아하는 여행자라야 가능하겠죠?
한데 이희인 저자는 '책을 읽기 위해' 그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네요.
오늘 소개하는 『여행자의 독서』는 이십여 년 여행을 하며 깊은 독서를 해온 저자가
'여행자의 독서'를 테마로 여행지와 어울리는 책들을
그의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과 함께 구성한 독서에세이입니다.
책과 여행, 우리가 책으로만 읽었던 그 책의 고향에서 직접 그 책을 읽는 기분은 어떨까?
정말 체험해보고 싶은 일인데,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네요.

이 책 『여행자의 독서』의 목차를 보니
아, 나도 이제 다양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취향의 차이겠지만 내가 읽지 않은 책들이 어찌나 많은지
저자가 다녀온 나라들을 갈 때에는 반드시 이 책들을 읽거나 가져 가야겠다 맘 먹게 되더군요.
책에 관한 책은 늘 그렇듯이 너무 주관적 혹은 책소개나 하는 책일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읽을 땐, 일부러 내가 읽은 책이 나오는 부분부터 봤습니다.
모르는 책을 읽으면 뭔소리인지 못 알아들을까봐(-.-) 근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구요.


하나 예를 들자면,
_아름다움이 나를 배신한다 라는 목차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교토,
일본을 가게 되면 꼭 교토를 가리라 마음먹은 제게 이 책은
아직도 읽지 못한 미시마 유키오의『금각사』를
그리고 이름만 들어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세설』을 소개하는데
교토도 교토지만 그가 소개하는 이 책들에게 마구 궁금증이 생기더라구요.
그건 아마도 제가 일본의 근대작가들에게 관심이 많은 탓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쩐지 『세설』이나 『금각사』를 읽고 나면
그 책 때문에라도 교토를 다녀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래 전에 읽었던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은
칠레를 떠올리면 저 역시 늘 머릿속에 떠오르는 유일한 책인데
굉장히 인상깊게 책을 읽은 탓이겠죠
(아마 비슷한 시기에 메릴 스트립이 나온 영화도 같이 봐서 인 듯해요).
루이스 세풀베다나 로베르토 볼라뇨, 시인인 네루다, 노벨문학상 작가인데도
내 머릿속엔 별로 떠오르지 않는 마르케스까지
그들을 제쳐두고 말이죠.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찾는 재미는 역시 좋습니다.
그 글이 지루하지 않다면
소개되는 몇 권의 책은 책 한 권으로 얻게 되는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죠.
이 책 『여행자의 독서』는 책은 물론 세계 여러 곳의 도시를 다닌 저자의 여행기와
이국의 풍경들이 담긴 사진과 그곳의 이야기가 담긴 책까지 소개를 하니
한 권의 책으로 세가지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합니다.
저도 앞으론 여행지를 선택하고 가지고 갈 책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꼭 맛볼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