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아니, 내 맘이 그러하니) 여행책만 계속 올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잡은 책이 또 여행책이니 어쩔 수가 없다. 더구나 독특한 여행책이다. 이들 부부의 여행책을 읽다 보니 또 다른 부부의 여행책이 생각이 났다. 부부라는 공통점과 여행 그리고 자전거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되 국내와 아프리카 라는 땅만 다를 뿐이다. 이런 이야길 묶어보는 재미는 매우, 매우 흥미롭다. 그럼 책 대 책, 두 부부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한번 떠나봅시다^0^
"해보지 않고는 당신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프랭클린 아담의 말로 첫 장을 연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은 국내도 아니고 안전하다고(하긴 안전한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겠냐마는) 생각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질병과 기아, 내전이 끊이지 않는 아프리카로 떠난 자전거 여행에 관한 책이다. 더군다나 그 주인공들은 이제 이십대 후반인 젊은 청춘들! 와, 그들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나는 홀릭하고 말았다. 스물세 살에 결혼을 하고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로 떠난 것부터 부러운데, 아직도 이십대인 그들이 이런 무모하다면 무모한 일을 너무나 당연하게 준비하고 떠났으니 프랭클린 아담의 말이 내 가슴을 콕콕 비수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롤로그에서 그녀, 손지현은 이런 말을 한다. "세계일주가 꿈이라면 평생 일만 하다가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우리는 세계일주의 꿈부터 이룬 다음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런 현명한 여자라닛! 사실, 나만 해도 세계일주 꿈만 꾸고 문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있으니 그 '태반'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그러니 순서만 바꾸는 그녀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 용기가 없으면(그래, 난 용기가 필요해!) 시작도 못할 일이다. 또한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최고의 경험을 하게 되는 일은 용기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것. 상상만으로도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혼자보다 같은 인생의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
아무튼, 그리하여 젊은 모험가 부부는 아프리카로 떠난다. 아내의 부탁으로 생 초보 동반자를 한 명 데리고. 남아공을 출발해서 나미비아, 보츠니아, 잠비아를 거쳐 우간다, 모잠비크까지 6개월 동안 10개국을 일주했다. 우간다에선 현지인에게 권총과 수갑으로 위협 당하고,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에서는 고산병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정상을 밟는다. 또 모잠비크 국경에서는 푹푹 빠지는 모랫길을 10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는 게 아니라, 끌고 가는 등 무모해보이기만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케냐의 고아원에서 2주 동안 자원 봉사도 하고 아프리카가 왜 그토록 가난한지 고민도 해보며 인생의 소중한 경험들을 차곡차곡 만들어갔다.
멀기만 하던 아프리카, 위험하다고만 생각했던 아프리카가 사실은 우리처럼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부부는 가르쳐준다.
“이제 비행기를 타고 하루만 날아가면 아프리카라는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간다. 공부, 취업, 저축, 출산 등 많은 고민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여행하며 생긴 많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했듯이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여행을 준비해 이보다 멋진 모험을 즐길 것이다. 그때는 더욱 의미 있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모험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인생에서 모험이 없다면 즐거움도 없다! 당신은 모험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좀 더 젊은 그들이 아프리카로 떠났다면 또 다른 부부는 결혼을 하자마자 신혼여행을 자전거 여행으로 시작했다. 평생 한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을 먼지 풀풀 휘날리는 도로를 달리며 보내고 싶은 부부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갔다. "자전거 전국일주라는 극한의 경험을 통해 ‘인생의 축소판’을 겪어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마라도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전국을 일주한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보다 조금 더 현실로 다가온다. 그건 우리 땅이고, 우리가 한번쯤은 가 본 적이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전거로 그곳을 모두 돌아다닌다는 것은 생각만으로 피곤한 일이다. 역시, 가치관이 비슷한 부부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할 때마다 친구와 대판 싸우기나 하는 나로서는 내 성격의 문제인지 친구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여행은 언제나 혼자서.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까. 한데 부부는 티격거리며 싸우고 마음이 상해도 금방 풀어지고 만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여행을 다녀와서도 의절을 하지 않으니-.-;;
이 책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1,2』는 자전거 여행을 유혹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그들과 함께 전국을 돌고 나면 나도 어디 한번 도전해봐? 하는 무모한 다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하긴 무모하다기보다는 자신감일지도 모른다. 메가쑈킹과 금보를 따라 전국일주를 하고 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해질테니 이대장과 손마담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에 도전 해볼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할 듯.
어쨌든, 여행은 모험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여행을 하면서 생기는 많은 문제들은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여행은 여행자에게 인생의 쓴 맛 단 맛을 미리 알려 주는 의미 있는 일일 거다. 매번 떠나겠다는 나를 더욱 충동질 하는 두 부부의 자전거 여행. 비록 지금 당장 실천에 옮기진 못하더라도 한 발자국은 앞으로 나갔음에 틀림없다. 그래, '떠나고 싶다면 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