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살짝 마음에 '바람'이 들어갔나봐. 자꾸만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어져. 내 전 재산을 끌어모으면 얼마나 나올까, 그 돈을 들고 나가면 얼마쯤 살 수 있을까, 그런 궁리만 머릿속에 가득. 삶이 고달픈가,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때인가, 그도저도 아니면 그냥 괜히 바람, 살랑거리며 부니까 바람들어 그런가? 『끌림』의 이병률 시인은 "문 밖에 길들이 다 당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러니까, 이제 그 문만 열고 나가면 되는데 참, 어렵다. 이런 때, 하필이면 내 눈에 띄는 이 책들. 나를 더 부추긴다. 떠나라고, 용기가 없으면 걸으라고, 그것도 안 되면 읽기라도 하라고! 

 

마치, 신대륙으로 떠난 콜롬버스를 기다리듯 눈빠지게 기다렸던 책이다. 그곳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곳 사람들은 긴긴 겨울을 뭘하며 보내는 걸까. 내 집에 있는 수많은 여행 책들 중에 아직도 없는 나라, 누구도 그곳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아 궁금증만 더하게 만들었던 나라, 오로라와 밤하늘에 수없이 박혀 있는 별, 쌓인 눈으로 밤이 환한 그곳, 뷔욕과 시규어 로스… 바로 아이슬란드다. 

작년 가을 최강희가 살짝 맛보여준 아이슬란드, 감질 맛 나는 그곳의 모습을 보고도 넋을 뺐던 터라, 눈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180여일을 보낸 생선 작가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이 나올 거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때부터 내내 기다린 셈이다. 서른에 떠난 미국 여행에서 '물기'를 담으며 동서를 횡단했다면 3년 만에 떠난 아이슬란드 그 먼 곳에서는 '온기'를 가지고 돌아왔단다. 『나만 위로할 것』, 어쩐지 자기만 위로하겠다는, 이기적인 말처럼 들리기도 하는 제목이 내 맘에 쏙 드는 것은 요즘 내 정서와 딱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그의 책에 대한 기다림이 더욱 깊어졌다.  

김동영이란 이름보다는 '생선'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세상에 맞설 용기도, 그냥 주저앉기도 싫었'다는 그가 '방황하던 청춘'을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몽환적인 아이슬란드에서 '자신의 여행과 인생, 그리고 사람과 사랑에 관한 생각을 했다'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다.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밭의 사진과 오로라, 왠지 이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몽환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경들 역시 너무나 아름다울 거라는 느낌. 

작가의 말에 그는 "여전히 어설프지만 좀 더 특별해졌고, 현실에서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한 마리 봄날의 나비로 다시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더 더 더 많은 걸 쓰고 찍어도 언제나 부족할 것이다. 그럼에도,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가 여기 있나니!!!)"라며 느낌표를 세 개나 넣었다. 결코 꺼지지 않는 불씨, '화산과 눈으로 뒤덮인 저 먼 북쪽 끝에서 혼자서 자신을 쓰다듬고 다독이며 지은 작은 미소'들로 가득할 『나만 위로할 것』, 나에게도 위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며!!  

 

이 책을 오늘 발견했다. 이런, 이런 책이 있었다면 벌써 사서 읽고 맘 속에 들어온 이 '바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었지. 좋아하는 여행서를 읽을 시간도 없었으니까. 한데, 알고보니 녹색연합에서 2009년에도 '서울성곽 순례길' 이라는 팸플릿을 발행해서 큰 호응을 얻었단다. 나만 모르고 있었나보다. 산티아고도 가고 싶고, 제주 올레도 걷고 싶다고 입만 열면 말해 놓고 정작 가까운 곳에, 언제든지 걸을 수 있는 곳엔 눈도 돌려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녹색연합에서 펴낸『서울 성곽 걷기 여행』은 "서울성곽에 깃든 조선시대의 삶과 조상들의 지혜, 역사적 건축물과 문화재를 꼼꼼히 둘러볼 수 있도록 4코스로 나누어진 걷기 코스를 다시 3구간으로 구분하여 서울성곽에 대한 이해와 탐방을 돕는다."고 한다. 또한 "풍성한 사진과 전체지도, 코스별 지도, 구간별 세부지도는 서울성곽길을 따라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안내한다. 역사적 설명과 함께 각 코스별 ‘여행길에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하여 4코스 중 어디를 가도 우리 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으며 "대중교통편과 전망포인트, 서울성곽 관련 사이트까지 소개하여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하니 이 책 한 권이면 '서울 성곽'은 이제 내 손안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 신발을 갈아 신고 튼튼한 몸을 준비하여 이 코스를 다 돌아보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러고 나면 한동안 내 맘 속에 들어 있는 '바람'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겠지.  

책을 주문하고 계획을 세워본다. 일단은 차근차근 1코스부터 4코스까지, 늦어도 겨울이 오기 전에는 다 돌아볼 수 있겠다.  



1코스 _ 서울의 안산案山 남산_  숭례문 ~ 장충체육관 | 약 6킬로미터, 4시간 소요
2코스 _ 백악의 좌청룡左靑龍 낙산_ 장충체육관 ~ 혜화문 | 약 5.5킬로미터, 3시간 소요
3코스 _ 서울의 진산鎭山 백악산_ 혜화문 ~ 창의문 | 약 5.5킬로미터, 3시간 소요
4코스 _ 백악의 우백호右白虎, 인왕산_ 창의문 ~ 숭례문 | 약 6킬로미터, 4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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