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안 보던 제가 그림책을 보게 된 계기가 조카가 태어난 후 입니다. 그동안은 그림책을 보더라도 대충 대충 봤었는데, 조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거죠. 아이들은 또, 한 번 읽고 던져 놓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으면 열 번도 더 읽어달라고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림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더군요. 지금은 자라서 스스로 읽기 때문에 또 자연스럽게 그림책과 멀어지고 있지만, 그림책에 한번 빠져본 사람들은 아시듯이 좋은 그림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되더라구요. <언젠가 너도>는 그런 그림책 중에 하나였어요. 수채화로 그린 그림을 좋아하는데 피터 레이놀즈의 터치는 순수하고 맑고 깨끗해서 좋았고, 글을 쓴 앨리슨 맥기의 문장은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과 어울려 책을 덮었을 땐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더라구요. 그림책을 보고 눈물 흘리는 일은 참, 뭐랄까. 대책 없어 보이지만 감동을 주는 책은 소설이든 그림책이든 혹은 자기계발서든 분야를 가리지 않는가 봐요. 

이 그림책은 한 아이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인생의 희노애락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했는지… 어쩌면 나는 이 그림책에서 엄마의 심정보다는 아이의 입장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일까요. 물론 조카를 키우면서 충분히 엄마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도 조카와 사이가 좋아 주말만 되면 몇 년을 헤어졌다 만나는 사람처럼 반가워하고 헤어질 땐 아쉬워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심정과는 다르겠죠? 암튼,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이 부분이었어요. "언젠가, 지금으로부터 아주 아주 먼 훗날, 너의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는 날/ 그 날이 오면, 사랑하는 딸아. 넌 나를 기억하겠지." 흔들의자에 앉은 딸이 엄마가 되었다가, 내가 되었다가, 다시 딸이었다가… 딸도 없는 내가 그런 생각에 울컥! 눈물 줄줄. 근데 이상하죠.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 눈이 매워지고 있어요. 아무래도 내가 나이가 들었나봐요.ㅠㅠ 

그리고 오늘 비슷한 책을 한 권 더 만났어요. 최숙희 샘의 <너는 기적이야>라는 책이에요. 이 책을 보면서 아마 <언젠가 너도>가 생각났던 것 같아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그림책. 작가의 아이가 올해 열일곱이 된다고 하네요. 작가의 경험이 그대로 들어가 있어 읽으면서 많이 공감을 했어요. 이 그림책은 한 아이의 일생이라기보다는 아이가 엄마 곁에 와서 학교에 들어가던 그때까지의 일들을 이야기해줘요. 아이로 인해 행복했던 일, 가슴이 철렁했던 일, 그렇게 하루하루, 한 달 한 달, 한 해 한 해를 보낸 일이 엄마에겐 기적같은 일이었다는 거죠. 그래요. 그런 것 같아요. 짧게나마 조카와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충분히 공감이 가거든요. 정말 그건 기적이었어요. 아이는 엄마에게나 아빠에게나 가족 모두에게 기적을 경험하게 해주는 존재니까요. 

아이가 처음 웃던 날, 무엇보다 눈부시게 하얀 이가 파릇파릇 솟아 나던 날,소파를 붙들고 겨우 일어서던 아이가 처음으로 걷던 날, 마음 속으로 열심히 연습하여 어느 날 마법처럼 단어를 내뱉던 날, 어느 집, 누구에게나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작지만 기적같은 일이죠. 하지만 가끔은 아프기도 해서 엄마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하고 눈물나는 일을 겪기도 하던 날 들. 그런 나날들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기적'이 주는 행복,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같은 아이 때문이겠죠. <너는 기적이야>는 그런 이야기에요. 평범해보이지만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또 한번 울컥, 하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은 그런 그림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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