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태풍으로 인해 스산한 바람은 불고 빗소리는 바람에 실려 살짝 으스스해주고 켜놓은 음악은 정말이지, 끝내!주던 그 밤에, 딱 한 캔 남은 기네스를 꺼내 냉동실에 넣고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아일랜드가 생각이 났고, 더불어 새로나온 『더블린 사람들』도 같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마도 그게 기네스 때문인지 "섬"이라는 이미지(요즘 줄곧 섬에 대해 생각 중)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여행서를 꽂아둔 책꽂이에서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꺼냈다. 이유는 '섬'과 관련한 여행서를 묶어볼 생각으로. 한데 버스를 타고 오면서 작가가 찍은 아일랜드의 사람들, 아이 사진과 가족 사진을 보다가 문득『더블린 사람들』이 떠올랐는데 '섬'보다는 '아일랜드'라는 주제로 두 권의 책을 묶어보면 더 재미있게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해본다. 

이번에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 43권째로 나온 『더블린 사람들』은 오래 전(!) 나올 거란 얘길 듣고 기다리던 책이었다. 요즘은 독자모니터라는, 처음엔 낯설었지만 그들의 활약이 대단하여 이제는 익숙한 그 교정모니터를 『더블린 사람들』로 본 친구가 '출판사 번역본과 영문 펭귄클래식을 같이 보고 읽으며, 또 많은 서평에서 번역이 제일 괜찮다는 책과 비교도 했는데 기존의 책들은 약간 청소년용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며 이 책은 '판본으로 쓴 원서는 거의 모든 오류가 수정되었다는 한스 가블러 편집의 신판이며 다른 책에서 누락된 부분들도 보강되어졌다'고 어찌나 찬사를 해대는지 그즈음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자마자 『더블린 사람들』(김연수 작가가 추천을 해서 읽어보려 했다. 그만큼 <올리브 키터리지>가 좋았다는 뜻)도 읽어보고 싶어 구입을 할려고 하던 차였는데 친구의 권유로 과감히 포기를 하고 있었던 책이었다. 그 책이 드디어 출간된 것이다.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앗! 여태껏 그 유명한 책을 한번도 안 읽었단 말인가요? 물으신다면 네네, 그렇습니다. 전 문학의 세계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아 그저 신간만 읽었지 고전은 그다지…라고 말하겠다.그러니…)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읽어보면 아일랜드 사람들은 '슬픈 근대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나온 영화나 소설을 보면 다들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들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블린 사람들』도 근대사와 엮여 좀은 우울한 이야기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난 요즘 긍정 마인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고, 몇 년 전에 나온 영화 <원스>도 알고 보면  『더블린 사람들』의 시대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한 아일랜드이지만 여전히 고단한 더블린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이라기에 『더블린 사람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암튼『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에서 작가의 이런 말이 내 맘에 들어 왔는데… 

사람을 살아가게 만드는 건 언제나 희망이다. 하지만 우린 그 희망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또 다시 다가가면 다시 또 그만큼 멀어지는 무지개와도 같은 것임을 이미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만 슬퍼질 따름이다. 

작가의 말처럼 다가가면 멀어지는 희망이지만 그럼에도 꿈을 키울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겐 있으니 슬퍼지더라도 희망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를 읽고 나니 아일랜드가 더 궁금해졌고 『더블린 사람들』이 더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인간 본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바탕으로 인류 보편의 문제를 재조명한 걸작'이라는 책을 이제야 읽을 생각을 하는 내가 조금 한심하지만, 원할 때 하는 독서만큼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책은 없을 테니, 이 참에 제임스 조이스가 들려주는 "더블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번 빠져들어 봐야겠다. 

아, 기네스! 어젯밤에 살짝 언 듯한 기네스는 너무나 부드러워 한 캔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참았다. 요즘 아일랜드가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기네스 탓일지도 몰라. 이렇게 맛있는 맥주라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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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readersu 2010-09-02 15:53   좋아요 0 | URL
으하하;;;; 가끔 생각나시면 기네스를 한 캔 사서 거품을 많이 내서 마셔보세요. 부드러워요.-.-;;;; 그 애도 부드러운 남자??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