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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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각 사이에 사진이 있다. 잊혀져가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숨쉬게 하는 사진.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것은 과거의 한 순간이지만, 그것이 되살리는 것은 그 순간을 감싸고 있는 시간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그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것, 사랑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펼쳐질 때 그것은 오늘, 그리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되돌아가지 못해 더 아름답게 추억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순간들이, 사진 속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다." 

 

우연히 이 책을 스쳐지나 듯 본 것 같다. 비싼 가격에 제목만 기억을 해두고 잊고 있다가 백영옥 작가의 칼럼에서 다시 만났다. 내 가족의 사진도 아닌데 관심이 갔다. 흑백으로 된 사진에는 엄마의 젖을 빨고 있는 아기의 사진과 놀이공원 다녀오며 지쳐 잠이 든 너무나 자연스러운 가족의 모습들. 그리고 어린 윤미의 머리를 빗겨주는 사진 등등 정감이 가는 사진들이 가득이다. 책이 오던 날 전날의 피로함에 소파에 누워 책을 펼쳤다. 그러고선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간난아이 윤미를 시작으로 윤미의 어린 시절이 슬로우모션처럼 지나갔다. 문득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마음 가득 감동이 차올랐다. 내가 알고 있던 누군가의 어린 시절도 아니고 내 어린 시절의 사진은 더더구나 아닌데도 얼굴 가득 미소와 마음 가득 차오르는 그리움, 이 느낌은 무얼까, 신기한 경험이었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윤미의 백일 사진 속에서, 윤미의 나들이 사진 속에서, 또 윤미가 처음 교복을 입던 날의 모습에서. 아마 그런 까닭이었을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그런 만큼 이 사진집은 귀한 사진집이다. 윤미가 태어나던 해인 1964년 12월부터 윤미가 결혼식을 올리는 1989년 6월의 모습까지 담아내고 있는 이 사진은 그 당시 일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배경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 장으로 개인의 역사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역사를 보기도 한다. 

 

 저자가 신접살림을 차린 8평짜리 마포아파트의 모습, 궁색하고 조촐한 밥상과 마포나루터의 옛모습, 숭인동 시장을 다녀오는 엄마와 윤미의 모습 뒤로 보이는 골목길에 보이는 사람들의 차림새 등등 그 시대의 모습들이 모두 찍혀 있다. 살펴보면 1960년대 중산층의 살림이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을 배경으로 찍힌 윤미와 엄마와 동생들의 모습은 세상 그 어떤 사진 속의 모습보다 행복해보인다. 사진을 찍는 아버지 또한 행복했을 거다.  

 

그리고 윤미가 결혼식을 하고 마침내 집을 떠나게 되었을 때의 그 공허함이 사진집을 낫게 했다. 이건 윤미에게 베푸는 아버지의 또다른 선물이다. 애정 가득한 사진들, 그래서 이 사진집이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찾을 만큼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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