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도 나름 취향이 있어서 어느 순간엔 그 작가의 그림책이라면 무조건 사서 조카에게 읽히던 때가 있었다.
글·그림을 같이 만드는 작가도 있지만 글만 좋은 그림책 작가, 그림만 좋은 그림책 작가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 작가들 중, 내가 유난히 편애하는 그림책 작가를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올려봤다. 워낙 많은 그림책이 존재하듯 세상엔 엄청난 수의 그림책 작가들이 존재한다. 그들 중에 누군가를 추천하고 고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해서 내가 읽어본 그림책 중에서 내 취향에 들어온 그런 그림책 작가들을 골랐다.

 

1. 존 버닝햄

존 버닝햄을 모르면 그림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소개할 책이 무척 많지만 조카랑 나랑 재미있게 읽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골랐다. 그 많은 것 중에 일 순위는 바로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이다.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반복되는 저 말!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아이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그림은 말할 것도 없다.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나『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역시 재미있게 읽은 그림책들이다. 

 


2. 앤서니 브라운 

존 버닝햄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로 자라면서 이 작가를 모른다는 것은 역시 말도 안 되는 일. 앤서니 브라운 그야말로 글과 그림이 독특한 작가다. 그림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한번쯤은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엄마 이야기인 줄 알고 읽고선 놀라워 했던돼지책』의 충격이라니!!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은 아마 그 뒤로 엄마 말 잘 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앤서니 브라운의 모든 그림책을 올리고 싶지만 대충 이 정도! 



 


3. 로렌 차일드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의 작가 로렌 차일드, 조카랑 같이 살아본 적이 있어서 아이들 자라면서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다는 것 잘 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어떡해서든 싫어하는 음식을 먹여볼려고 온갖 재미있는 단어는 다 만들어서 조카가 속아(!) 넘어갈 만한 이름을 붙여준 적이 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엉터리처럼 이름을 붙였음에도 아이인지라 깜빡하고 속아서 한두 번은 먹기도 했던 것 같다. 로렌 차일드의 그림책은 그림도 재미있고 내용도 유쾌해서 좋아한다. 귀여운 캐릭터인 롤라, 나도 그런 딸내미가 있으면 좋겠다. 


 


4. 피터 레이놀즈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을 처음 보자마자 홀딱 반하고 말았다. 이런 수채화 풍의 그림이 나는 좋다. 연필 선과 맑고 투명한 색들의 조화.『』『느끼는 대로』도 좋았고, 엘리슨 맥기와 같이 작업한 『언젠가 너도』는 책을 보면서 울컥! 했던 적도 있었다. 조카랑 같이 산 적은 있었지만 내 아이를 키워보진 못했는데, 왜 그랬는지;;; 마지막에 엄마의 모습때문에 그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암튼, 딸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진 책이었다는. 그 뒤에 아들 이야기를 다룬 『너를 보면』도 나왔다. 



 

 

5.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이 부부의 합작품 『리디아의 정원』을 읽을 때, 정말 마음이 푸근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꾸는 리디아의 마음씨가 좋았고, 옥상에 만든 정원은 또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들 부부의 또다른 작품 『도서관』은 또 어땠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도서관에 정말 한번이라도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엘리자베스 브라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꼭 나를 보는 듯한 흐흐 



 

그 외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피터 시스이며 그가 그린 마들렌카 이야기는 그림도 글도 매우 독특하여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마들렌카-세상을 담은 이야기』『마들렌의 개』, 또 『앵무새 열 마리』의 그림을 그리고, 로알드 달의 글에 많은 그림을 그린 퀸틴 블레이크와 『달님 안녕』 『숲속의 나뭇잎집』의 하야시 아키코숀탠의 그림은(『도착』이나 『토끼들』) 글이 없어도 공감 백배가 되며, 이세 히데코의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는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요즘 본의 아니게 그림책을 비롯하여 어린이 책을 눈여겨 볼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역시 봇물처럼 밀려드는 어린이 책들 중에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놓치고 있는 좋은 책들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올리다 보니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 중에서도 좋은 작가들이 많은데도 올리지 못했다. 다음에 한번 정리를 해봐야겠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문학작품들보다도 더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것이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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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1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이비드 스몰과 사라 스튜어트 부부, 완소!!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는 아무에게도 빌려주지 않는 유일한 책이에요.^^

readersu 2010-03-22 15:27   좋아요 0 | URL
그림책! 좋은 책들 너무 많아요. 제가 모르는 멋진 그림책 작가들도 너무 많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