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신간이 많이 나왔어요. 새학기가 되어 그런가요. 눈길이 가는 어린이 책이 몇 권 눈에 보여요. 집에 아이도 없고 조카도 제법 자라 제 읽을 책은 이제 스스로 찾아보는 나이가 된 후엔 어린이책에 관심을 안 가졌는데 그럼에도 가끔 눈에 띄는 어린이책을 보면 저도 모르게 호기심이 당깁니다. 저의 호기심을 자극한 어린이 신간, 소개합니다.

펭귄의 귀여운 모습과 제목 『8시에 만나!』의 의미가 뭔지 궁금해서 책소개를 보니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한 동화라고 하네요. '대홍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아의 방주를 타야만 하는 세 마리 펭귄이 한 쌍 만이라는 조건을 어기며 친구를 몰래 태우고,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 속에서 서로의 단단한 우정을 확인해 가는 이야기'랍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일반적인 우정을 다룬 평범한 동화처럼 보이는데 문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펭귄들의 좌충우돌, 불평 불만의 대화들도 재미있고, 모든 동물을 총괄하느라 바쁜 비둘기의 잔소리도 웃겨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노아의 방주엔 8명의 가족이 승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8'의 의미를 작가는 이 책에서 '8시까지'라는 시간적 제한을 두었답니다.  

생선비린내가 지독하게 나고 뻑하면 티격대는 세 명의 펭귄. 그들이 사는 곳에 뜬금없이 나타나 하느님의 '화'남을 전해주며 노아의 방주에 8시까지 '한 쌍'만 오라고 전하는 비둘기. 하지만 펭귄은 세 명. 아무리 티격대는 펭귄이라도 한 쌍만 허용하는 방주에 친구 한 명을 두고 갈 수는 없었죠.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여 작은 펭귄을 가방에 쑤셔넣어 셋 모두 방주에 승선하는 데까진 성공을 하는데…

방주에 타기 전 세 마리의 펭귄이 나누는 대화는 정말 시니컬하면서 웃음을 자아냅니다. 또 방주에 승선한 각종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은 인간군상들에 대한 풍자로 그려지고 있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동화책을 들고 낄낄거리며 웃느라 사실은 조금 창피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어요. 특히 마지막 하선하는 장면에서 노아가 펭귄들을 보며 내뱉는 반전의 말에 뒤집어졌어요. 알고 보니 그렇더라구요.ㅋ 

 

7-8세를 위한 첫 읽기 책, 이란 모티프로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사계절출판사의 동화입니다. 글자를 알게 되고 엄마의 도움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아이들은 무한한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전 그때가 언제인지 아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조카가 어느 날 엄마나 아빠, 고모의 도움없이 혼자서 책을 읽던 때를 떠올려보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명작동화도 아니고 그림책도 아닌, 정말 읽기 위한 창작동화책입니다. 원고 50매 분량의 이 시리즈는 동화 작가들이 아이들 수준에 맞게 아이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자연스레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울 수 있도록 창작되었답니다. 이 동화를 읽어냄으로써 아이는 사회성과  상상력, 창의력까지 배울 수 있죠. 

제가 읽은 책은 『찐찐군과 두빵두』『털뭉치』를 지은 김양미 작가의 『여름이와 가을이』예요. 누나와 남동생으로 나오는 여름이와 가을이가 그들만의 세계에서 펼치는 알콩달콩하는 이야기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또 동생의 사소한 질문에 툴툴거리면서도 같이 놀아주며 그들 나름의 논리로 궁금증을 풀어내는 모습은 어른들이 걱정하듯 요즘 아이들의 되바라짐이 사라진, 정말 사이좋은 남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려냈어요.  

그리고 『학교 가는 길을 개척할 거야』『보물 상자』『달을 마셨어요』의 동화들도 아이들 얼굴에서 웃음이 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로 가득해요. 요즘 아이들도 학원보다는 동화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사실, 우리 어른들이 먼저 깨달아야겠죠. 올해 초등학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멋진 선물이 될 만한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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