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스며오는 무렵 나타나는 몸의 기상예보, 분홍주의보!

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 글.그림, 김경주 옮김 / 써네스트 / 2010년 2월

눈이 시리도록 부신 핑크색 표지. 어찌보면 촌스럽고 다르게 보면 달콤해보이는, 하지만 책을 펼쳐보니 결코 달콤하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안녕 난 사랑을 하고 있어  
그건 내가 아직 세상의 일부라는 뜻일거야" 

발렌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초록 대문이 있는 집에 살며 태어나서 한번도 말을 하지 못한 벙어리 소녀의 고백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그 아이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단다. 

"가까이 와……." 

그때부터 소녀의 마음엔 분홍주의보가 나타난다. "그건 ‘천천히 사랑이 밀려오는 어떤 무렵……’에 해당하는 감정이다." 그 아이에게서 전화가 오면 어떡하지? 난 말을 못하는데, 그 아이가 사라지면 악몽과도 같을 거야, 와 같은 불안한 느낌이나 둘이 손을 꼭 잡고 가만히 있어도 좋고, 말없이 햇빛을 쬐고 있거나 서로의 머리칼을 만져주어도 좋은 사이라는 걸 인지하는 행복하고 설레는 생각들이 서서히 발렌타인의 마음에 나타난다. 사랑은 그렇게 불안한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같이 나타난다. 날씨의 변화처럼 사랑 역시 그런 변화를 겪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그에게 많은 말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그의 '곁'이 되주면 돼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곁'은 든든하니까…"

만화 같은 삽화와 시적인 짧은 글, 왠지 유치하다며 휘리릭~ 넘기다가 나도 모르게 멈칫거린다. 공감을 한다. 그리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 이 책을 펼치면 가만히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글을 옮긴 시인 김경주는 말한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지구 어느 곳에 살든 다 비슷한가보다. 저 멀리 호주에서 온 작가의 글이 시인의 마음을 흔들고 그 흔들림이 이렇게 아름다운 문체로 다시 태어났으니. 

"얘야 사람에게 꿈이 필요한건 이 세상의말보다 더 중요한 말들을 그곳에서 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니 사랑이 스며오는 무렵 나타나는 몸의 기상예보, 분홍주의보! 특히 다가올 봄날에 주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