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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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공부하고 나무 만진지 15개월, 프로필에선 자신을 목수라 일컫고 직업은 신문사 기자를 두루 섭렵한 저자의 이 책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회사 동료들까지도 "그거 누가 읽을까?" 걱정하던 글이었단다. 이 책은 '바깥'이지만 '바깥'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26명의 사람과 사물, 공간, 풍경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인터뷰, 매우 관심이 가는 주제라 안 읽어볼 수 없는 책이었는데 일찌기 인터뷰집이란 인터뷰집은 나오는 족족 모두 읽어보았다. 고 하면 당연 거짓말이지만 그만큼 관심이 있었기에 인터뷰집 사실은 그게 그거지. 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한데, 이 책은 좀 묘했다.  

인터뷰라 하면 어쨌든 잘 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혹은 이슈가 되는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게 보통이다. 내가 시사에 밝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목차에 소개된 인물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아도 알만 한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또 보아하니 인물만이 아니라 이제는 조금 소외되고 있는 사물을, 공간을 인터뷰했다. 놀라워라,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였구나!

수영선수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이며 같이 시합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따 본적이 한 번도 없지만 '언젠가는' 그도 금메달을 따는 그날이 올 거이라 믿으며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는 배준모 선수. 지금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연극을 보는 인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연극인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연극을 하지만 일 년에 30만원의 돈으로 가족들과 살아갈 수는 없는 법 그래서 택배기사를 하는 연극인. 연극 <라이어 라이어>에도 나왔던 15년 중견(!) 배우 임학순. 서울 탑골공원 뒤에서 실버 극장 출범을 선포하고 노인들에게 2천원의 행복을 주고 있는 허리우드 클래식 김은주 사장, 친구에게서 '고독하고 쓸쓸하게 오로지 한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길 듣고 있다는 다큐 감독 최기순, 1970년대 중반에 여성 듀엣을 했던 경력으로 30년 만에 새 음반을 낸 가수 주정이 등등 이렇듯 잘 나가는(!) '안'으로 들어가보지 못하고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절판되는 운명을 맞이하여 책 파쇄 공장으로 실려온 가엾은(!) 책들, 다양한 가치와 복잡한 이해의 주체들이 얽혀 있다는 비무장지대 DMZ, 한때는 최고의 취미생활이자 수집가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를 받게 했던 우표에 대한 인터뷰까지. 정말 독특했다. 

밀려나는 모든 것엔 사연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잘 나가는(!) 그들보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인터뷰란, 이런 것이 진짜 인터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누구나 알고 있는 성공담이나 질리도록 듣는 그런 스토리가 아닌, 변방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진정 꿈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인물들의 희망어린 삶, 쫌!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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