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삶이 내게 왔다
정성일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내게도 파란만장한 시절이 있어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도 필연적으로 내게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건 되돌아보면 어느 순간 곧바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돌고, 돌고, 돌아 이제야 지금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건 내가 이 삶으로 곧바로 가기보다는 그 삶이 내게로 오기를 기다렸기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책에 나오는 그들만큼이나 내 삶에 대해 풀어놓을 이야기가 많은지라 어찌나 공감을 하며 읽었는지. 그들에 비하면야 진짜, 별 것도 아니지만 인생의 절반을 살아온 누구라면 어느 누구의 인생인들 그들만 못하랴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누구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살아가고 또 다른 이는 피하고 피하였건만 자꾸만 다가오는 일을 뿌리치지 못해 살아가기도 한다. 또 나처럼 돌아, 돌아서 결국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것이었구나! 생각하며 뒤늦게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았기에 그 중 어떤 것이 옳은 인생이고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은 그 나름대로 각각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기사를 하다가 뜬금없는 잡지사 발행인이 된 안건모 씨나 독일 유학을 갔다가 독일 여성과 한국 여성의 삶을 비교하는 책을 내다가 페미니즘 잡지를 출간하게 된 김신 명숙 씨,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미술치료사가 되어 있더라는 박승숙 씨 등등 다들 자신의 삶에서 '나는 꼭 이 삶을 살고 말 거야!' 작정을 하고 덤벼든 사람이 없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그 삶에 대해 꾸준하고 진지하게 궁금해하며 살아오다 보니 지금의 삶이 된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에서 정답을 찾으려기보다는 공감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라고들 한댄다. 살아보니 정말 정답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 앞의 삶도 잘 모른다. 그 정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불필요한 고민따위는 안 하는 것이 좋겠다. 열심히 내게 주어진 삶을 살다보면 나도 모르게 정답이라 느껴지는 삶에 다가가는 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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