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빵집
이병진 지음 / 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인간은 만으로는 살 수 없다. 오래 전 선배가 내게 저 문장을 적어 보냈었다. 처음엔 뭔 소리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제과점을 하던 우리 집 간판을 두고 하던 소리였다. 우리 집을 볼 때마다 그 어떤 것보다  ''이라고 쓰인 빨간색의 간판이 유독 눈에 들어왔던가보다. 딴엔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던 건가? 어쩌면 궁금해서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것 같기도 했는데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고 유독 그 선배의 그 문장만이 생각난다.

이 말은 예수가 한 말이라고 검색 결과 나온다. 그땐 그랬겠지. 빵만으로는 살 수 없을 거라고, 빵집 딸인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은 빵만 먹고도 살 수 있다.(물론 다른 의미가 있지만도 깊이 생각하지 말자!^^) 세상엔 얼마나 다양하고 맛있는 빵들이 많은지 과연 그 빵들을 모두 맛보고 죽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루에 한번 빵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지, 하루라도 빵을 먹지 않으면 빵중독에 걸린 사람마냥 빵빵거린다. 집안 가득 빵내음으로 진동을 했을 때도 이렇게 중독 증상을 보이며 빵빵거리진 않았는데 점점 갈수록 빵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런 내게, 이런 책이 나타났다. 『맛있는 빵집


오 마이 갓! (이 소리가 왜 나오는지 새삼 알겠다.) 
 
한밤중에 절대로 읽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만 펼쳐보고 말았다. 하지만 첫 번째 나온 올리브가 박힌 <블랙올리브빵>을 보며 '앗! 이것은 내가 먹어 본?' 안심을 하고(그 맛을 알기에) 리치몬드 과자점의 <바움쿠헨>도 '오호! 먹어봤지롱' 혼자 키득거리다가 <명란젓 프랑스>를 읽으며 '이 빵을 못 먹어본 사람은 정말! 불행해!!' 하며 혼자 신났었는데...어이쿠! 나의 행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알고 보니 앞서 나온 빵집들은 죄다 홍대 근처에 자리한 빵집들. 빵 좋아하는 내가 안 다녀볼 리 없었던 곳들이었다.=.=;
 
그러나,

다음 빵집부터는 이름만 들어본, 혹은 가 본적은 있었으나 먹어보진 못한 빵들만 나왔다. 나의 고난은 그때부터였다. 빵굼터의 <보스턴 소시지> 사진은 왜 그렇게 잘 찍었으며, 기존의 딱딱한 타르트하고는 전혀 달라보이던 듀 크렘의 <몽블랑 타르트>는 보기만 해도 입에서 살살 녹고, 이거이거 <마카롱>은 또 어쩔거야. 생각해보니 오래전 우리 집에서도 <마카롱>을 만든 적이 있었다. 시골 제빵사였지만 나름 이름이 있는 것들은 만들었던 것. 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마카롱>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이렇게 맛있어 보였던 것도 아니었다. 한데 언젠가 『빵빵빵, 파리』에서 읽었던 그 <마카롱>부터 또 언젠가부터 계속 내 눈 앞에 나타나는 <마카롱>을 맛 볼 기회가 없었는데 그 밤에 <마카롱>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와플 하면 벨기에, 아이스크림 얹어주는 <벨기에 와플>과 치즈가 듬뿍 들어갔을 것만 같은 <모찌모찌 크림치즈빵>, 추억의 <야채빵>과 팥이 한가득 들어 있는 <단팥빵>, 내가 좋아하는 감자로 만든 <감자빵>은 물론이고 <너츠 쇼콜라>는...
 
정말이지, 이 책은 그 어떤 요리책보다도 더 나를 자극한다. 책을 읽어본 사람들이 왜 다들 제과점 순례를 하는지 알고도 남음이다. 이 책을 보면 전국방방에 있는 그곳(!)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나처럼 빵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종일 머릿속에서 온갖 빵들이 날아다니고 있을 테니 말이다.
 
오늘도 난 출근 길에 제과점에 들러 빵을 샀다. 한 입에 들어가는 소시지가 들어간 페스츄리는 아침 식사용으로 딱 좋다. 빵이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행복하다. 이제 인간은 만으로도 살 수가 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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