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지만 하나 같이 어찌나 감동적이면서 재미있는지 소설 좋아하는 내가 소설은 내팽개치고 그림책에 홀딱 빠지게 만든 책들이다. 『황금별 토끼 찬찬이』는 다섯 마리 토끼 형제가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으며 포기 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화사하고 밝은 수채화로 그린『꼬끼오네 병아리들』은 따뜻한 이야기 속에 수의 원리를 가르쳐주며, 안데르센의 명작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펴낸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은 환상적인 그림과 신비로운 이야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또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엄마 옷 입어보기를 통해 할머니들이 입던 옷을 코믹하고 재미있게 소개한『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은 할머니들의 옷을 통해 우리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그럼, 책들을 한번 살펴볼까?
 

안데르센 원작의 책을 새롭게 편집하여 펴낸 『나이팅게일 목소리의 비밀』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중국의 황제와 신비로운 정원,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닌 나이팅게일 새와 순수한 힘으로 슬픔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민첩한 소녀의 이야기 입니다.

‘공기에 몸을 기댈 수 있는 여자아이’로 불리는 소녀가 황궁으로 들어와 생활을 하죠. 소녀는 황제가 만든 최고의 정원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나이팅게일의 노래라는 시를 들은 황제가 나이팅게일을 궁금해 하자 친구인 나이팅게일을 황궁으로 데리고 와 노래를 들려줍니다. 나이팅게일의 아름다운 노래는 천하의 황제가 허리를 구부리게 만들고 눈물을 흘리게 하죠. 황제는 이제 나이팅게일을 곁에 두지만 나이팅게일이 외로워하자 나이팅게일과 똑같은 황금조각상을 만들어주고 같이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과 황금으로 만든 나이팅게일의 노래는 어울리지 않았고 계속 노래를 부르게 하자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은 지쳐버리고 말아요. “하지만 황금으로 만든 나이팅게일은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었지요. 매번 같은 노래를, 매번 완벽하게요.” 그리고 사람들은 황금으로 만든 나이팅게일의 마법에 걸려서 진짜 살아 있는 나이팅게일을 잊어버리고 황제는 슬픔의 병에 걸리고 맙니다.

“사람들은 한쪽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되면, 그 뒤에도 잃어버린 팔이나 다리가 있던 곳에서 아픔을 느끼곤 해요. 여러분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아픔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답니다. 아픔은 슬픔과도 같아요. 슬픔은 자라나 우리를 끝없이 지치고 또 지치게 하지요. 시간이 지나면 슬픔은 너무나 커져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슬픔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아픔이 너무나 커지면, 그것말고는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게 돼요.”

슬픔의 병에 걸린 황제로 인해 세상이 어둠에 잠기자 소녀는 다시 한 번 나이팅게일을 찾으러 갑니다. 과연, 소녀는 나이팅게일을 찾고 황제의 병도 고치고 어둠에 잠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장난꾸러기 병아리 열 마리와 함께 배우는 재미난 덧셈 뺄셈' 
플랩북으로 되어 있는『꼬끼오네 병아리들』은 아빠 꼬끼오와 엄마 꼬꼬댁, 열 마리의 귀여운 병아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수의 원리와 함께 덧셈, 뺄셈 공부까지 할 수 있는 책입니다. "꼬꼬댁은 열심히 알을 낳았습니다. 한 개를 낳고 세 개를 낳고 또 세 개를 낳고 두 개를 더 낳았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을 한 개 더 낳았어요. 알은 모두 몇 개나 되었나요?"와 같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질문을 하고 답을 유도합니다. 밝고 화사한 수채화로 그린 그림은 꼬끼오와 꼬꼬댁, 병아리들의 몸짓과 표정들이 장난스러우면서도 귀여워 숫자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고 그림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플랩북은 답을 말하며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꼬끼오네 병아리들』의 꼬끼오 가족을 보면 수의 원리를 떠나서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그림들이 따듯해요. ‘눈도 없고 코도 없는 이상한’ 알을 낳은 암탉 꼬꼬댁의 어리둥절하는 표정이나 알을 낳는 꼬꼬댁의 출산의 고통(!), 열 개의 알에서 저마다의 행동과 모습으로 알을 깨고 나오는 병아리들의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이 보아도 미소를 머금게 하죠. 또 솔개가 나타나자 암탉인 꼬꼬댁의 깃털 사이로 저마다 숨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이 장면이 위급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큭큭 웃음 짓게 합니다. 물론 그 뒤에 나오는 수탉 꼬끼오가 솔개를 물리치는 장면에서의 병아리들 모습은 더욱 귀엽지만 말예요.

이렇게 따뜻한 가족애가 넘치는『꼬끼오네 병아리들』, 자칫 지루해할 수의 원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더욱 즐겁게 배울 수 있답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 동화를 한번도 써보지 않은 작가가 투병을 위해 들어간 병원의 어린이 병동에서 만난 한 소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쓴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동화이자 유작이 되었대요. 특히 그림을 그린 화가 또한 병원에서 만난 오른팔이 부자유스러운 화가라네요. 암 투병을 했던 작가, 오른팔이 부자유스러운 화가, 어린이 병동에 장기입원 중이었던 소녀. 그 셋이 풀어낸 생명과 희망의 빛이 『황금별 토끼 찬찬이』에 들어 있습니다.

엄마토끼 뱃속에 있을 때 하늘에서 아름답고 고운 소리가 들려 다섯 형제를 이끌 운명임을 알았던 찬찬이. 왼쪽 귀 끝에는 황금빛 별 표시가 있으며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죠. 그런 운명으로 태어난 토끼 찬찬이는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형제 토끼들이 찬찬이가 외롭지 않게 마음을 써주었어요. “나 때문에 신경 쓸 거 없어. 난 이 세상에 무사히 태어난 것만으로도 얼마나 기쁜지 몰라. 너희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잖아. 그걸로 충분해. 그러니 밖으로 나가면 내 생각 말고 신나게 놀아!” 하지만 찬찬이는 곧잘 시무룩해지기도 했죠. 어느 새 다 자란 형제토끼들은 먹이를 찾아 숲으로 나가게 되면서 집에만 있는 찬찬이를 데리고 나가기로 했어요. 비록 뒷다리는 형제토끼들이 도와주고 앞다리만 걸어 다녔지만 숲은 즐거운 장소였죠. 그러던 어느 날 형제토끼들은 굶주린 사자와 마주치게 되고 다들 겁을 먹지만 힘을 합칩니다. ‘하얀 뱀 찬찬 호’로 가장하여 사자와 지혜 겨루기를 하게 되는 토끼형제들! 과연, 찬찬이와 형제토끼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찬찬이는 비록 뒷다리를 쓰지 못하게 되었지만 엄마토끼의 뱃속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태어나야 해’라며 포기하지 않았어요. 또한 사자를 만나고서도 ‘반드시 모두를 구해 낼 거야.’라며 믿었죠. 매일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 때문이에요. “하고 싶다는 의지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포기를 모르는 우직함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다!”는 광고 문언처럼 『황금별 토끼 찬찬이』는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준답니다.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어릴 때 엄마의 높은 구두를 신어보거나 옷을 입어본 적이 있을 거예요. 헐렁한 엄마의 원피스는 아이에게 드레스가 될 것이고 화장대에 놓인 화장품들은 아이를 숙녀(!)로 만들어줄 마법의 물건이겠다.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은 그런 아이의 마음을 시간여행이라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어 개항기에서 선사시대까지 할머니들의 옷을 돌아보며 우리 옷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움에 감탄하게 합니다.

“어, 팬티가 다 보이게 생긴 이 치마는 누구 거지?” 알고 보니 할머니의 치마였어요. 할머니가 이런 치마를 입고 다녔다고? “내가 젊었을 때 입던 치마란다. 나도 그땐 멋 좀 부렸지. 짧은 치마 입는다고 어른들한테 혼도 많이 났지만 말이야.” 우리가 보기엔 멋있어 보이지만 그 당시 어른들에겐 방정맞은 차림이었다네요.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며 할머니의 할머니의 시대로 가면 할머니들의 옷은 점점 더 몸을 감싸게 되고 그 당시의 어른들은 지금이나 똑같은 말로 그런 옷을 입었다고 한마디씩 하십니다. 또 점점 달라지는 옷차림을 보면서 아이들은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입었던 옷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죠.

지은이는 3년에 걸친 작업 끝에 우리 옷의 아름다움을 꼼꼼히 재현해냈어요. 뒷부분에 시대별로 분류해 놓은 ‘할머니들이 입던 우리 옷 이야기‘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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