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잘 챙기는 스타일이었다. 연극표를 미리 사고,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피크닉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헴스테드 히스로 수드하를 데리고 갔다. 데이트를 했던 남자 중에 약속에 절대 늦지 않고, 전화 하겠다고 했을 때 꼭 전화를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수드하는 머지않아 그가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능력을 가진 남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먹는 걸 좋아했고 요리를 즐겼다. 일찍 일어나 좋아하는 제과점에 가서 갓 구운 페이스트리를 사다가 수드하를 올라게 할 줄도 알았다. 셰퍼즈부시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서 처음으로 함께 보낸 아침, 그는 쟁반에 아침식사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오랫동안 혼자 살았지만 때가 되니 기꺼이 삶을 오픈할 줄도 알았다. 열쇠를 만들어 주었고 자기 옷장의 서랍을 내어주었고, 화장실 캐비닛의 유리 선반 하나를 비워두었다. 젊었을 때 화가가 되고 싶어서 첼시아트스쿨에 들어갔지만 선생님에게 대성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부터 캔버스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게 인생의 행로가 바뀐 데 대해 그는 한을 품지도, 누굴 원망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었고, 이는 수드하와 비슷했다. 동시에 그는 잡지에 엄격하고 냉철한 비평을 썼고 레스토랑에선 최고로 좋은 자리를 잡을 것을 언제나 고집했으며 와인이 좋지 않을 땐 돌려보냈다. 수드하처럼 술은 적당히 마셨다. 언제나 와인을 병으로 주문했지만 한두 잔 이상은 마시지 않았다. p178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중 표제작에 나오는 대목이다. 가을이라서 그랬을까? 마땅히 만날 남자도 없는데 이런 남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직 책을 읽는 중간이라 그 남자가 끝까지 좋은 남자인지는 모르겠으나 살면서 나와 비슷한 종류의 능력을 가진 남자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테니...그것만으로도 이 남자의 스타일이 맘에 들었다. 또한 수드하의 성격 중 어느 부분에서는 매우 공감을 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수드하가 장녀라는 점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부모의 기대도 부모가 내게 동생들을 위해 뭔가를 해 줄 것을 요구 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줌파 라히리가 말하는 그들의 삶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혹은 현재의 우리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 완전 좋다! 내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