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집에 내려간다. 책 읽을 시간이 많아진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뭘 읽어야 하나? 고민이 안 될 수 없다. 책을 고르는 시간,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서 읽어봐야 두어 권이면 뻔할 텐데 그 두어 권을 고르지 못해 챙기는 책이 장난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 가는 것도 아니고 길어야 3박 4일인데 말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것이 무거운 가방을 줄이기 위해 미리 택배로 책을 집으로 보내는 거였다. 이번 추석엔 택배 보낼 기회를 놓쳐 그것조차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도대체 뭘 들고 가야 하는 가? 나와 같은 고민에 빠진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번 추석에 읽을 만한 내 취향의 책들. 

앞으로 연휴 때마다 추천을 해도 모자라지 않은 김연수 작가의 책. 그의 자랑스런(!) 4만 독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읽지 않았거나 망설이고 있다면 이번 연휴에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이라면, 특히 소설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던 선배는 세계의 끝이 그 끝이었냐? 하면서도 잘 읽었다 하고 친구 한 명은 읽고 나니 이 책과 불륜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달콤했다고도 한다. 나 역시 아까워(예전에 읽기도 했었지만) 마지막 「달로 간 코미디언」을 읽지 않고 남겨두긴 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세계의 끝과, 그 달콤함을 무수히 느끼면서 읽었다. 워낙 호불호가 뚜렷한 작가의 책이라 아무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어려운 책이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공감하는 문장 많고 재독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하고 싶다. 믿기 어렵다고? 읽어보라니깐!  

오늘 문득 떠오르는 맘에 드는 문장 하나! "처음에는 비구름이, 그 다음에는 바람이, 그리고 저녁이, 또 계절이, 그렇게 한 시절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제 불쑥 이 책이 내게 왔다. 기대도 안했던 책이었다. 아직 읽을 책이 산더미처럼 많은데… 대략 난감해하면서 표지 뒷부분을 보니 굉장히 흥미로웠다. “성경 속 최초의 존속살인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 숨겨진 인류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품으로, '카인의 징표'라는 은밀한 상징과 기호를 둘러싼 숨 막히는 음모, 이를 쫓는 추격전” 이라고 적혀 있다. 호기심 발동! 그 자리에서 막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나 읽고 있던 <일큐팔사>에 밀려 아직 읽지는 못했다.  

연휴엔 왠지 무거운(!) 책보다는 이렇게 술술 넘어가는 책을 읽어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절만 되면 방송되는 성룡의 영화 같은 느낌 때문일까? 뭔가 스펙타클하고,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암튼 이 책은 그런 책인 듯하다. 내 기대에 부응을 해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두께는 장난아니게 두꺼우나(요즘 책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두꺼운지-.-;) 읽게 되면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리던 책이었다. 김경의 쉬크함을 좋아하는 탓에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에서 말하는 “셰익스피어 배케이션”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도 고위 신하들에게 3년에 한 번 꼴로 한 달 남짓의 유급 독서휴가를 주었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 5편을 정독한 뒤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는데 여기에서 ‘셰익스피어 휴가’란 말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책을 펼쳐보니 군데군데 사진도 보인다. 문장가 빽빽하지 않고 쉽게 읽힐 것 같다. 더구나  “음악이나 책, 영화가 돈보다 중요한 사람, 나는 찾았다.”라는 마지막 글을 보니 마구 궁금해졌다. 그녀는 1년이라는 짧지 않은 휴가를 다녀왔단요. 그동안 책에서 보았던 수많은 도시들을 떠올리며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났었단다. 그 추억들을 담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마법 같은 만남도 있었다고 하니 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척 기대가 된다. 어쨌든 남들은 추석 연휴에도 여행을 떠나지만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책으로 여행을 떠나련다. 뭐 나쁘지 않다.-.-;; 
 

여성의 눈으로 결혼제도의 DNA를 풀어낸 책이란다. 남성우월주의 결혼 방식이 뭐가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내려온 건지, 성과 관련하여 결혼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유머 있게 알려준다고 한다.  

“멀고 먼 옛날 한 양치기가 암양들을 지켜보다가 깨닫게 된 ‘창조의 비밀’에서 시작해서 ‘남성들에 의해’ 성녀와 요부로 규정된 성서 속 여성들을 거쳐, 성매매와 남근상에 몰두했던 아테네 남성들, 온갖 핑계를 갖다대며 1년의 절반 이상은 부부관계를 막은 중세 교회, 실용적 자기계발서의 시초라 할 아내(와 딸) 길들이기 비법, 귀족부인과 기사들의 위험천만한 불륜 게임, 어처구니없는 마녀사냥 매뉴얼, 섹스리스 부부, 비로소 결혼과 사랑을 한데 묶고 자신도 결혼한 파계 수도사 루터에 이르기까지, 결혼이라는 개념과 제도가 시대별로 문화와 정치와 종교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아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날카롭고도 재치 넘치게 그려낸다.” 이 문장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확! 밀려오는데 남자들이 덮고 싶어하는 결혼의 역사가 무엇인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악하고 결혼에 대해 고민 좀 해봐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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