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이 소설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 코미디? 추리? 공포? 내가 봐서는 이 모든 것이 들어가 있다. 어느 장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할 수도 없다. 눈을 떠 보니 엘리베이터 안, 이건 공포다. 누구나 눈 떠보니 포근한 침대 속이 아니고 엘리베이터 안이라면 공포감부터 들 것이다. 문득, 눈 뜨니 어느 방 안에 쓰러져 있던 영화 <쏘우>가 생각난다.(아, 그러나 그 정도의 호러는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이건 풀어야 할 숙제이므로 추리다. 더구나 모르는 남자 둘과 여자까지 있다. 이 장면에선 영화 <큐브>가 생각난다.(물론 공포보다 밀실이라는 점으로 인해) 근데 웬 코미디? 앞의 이야기들하고 심하게 다른 장르인데… 이유는 이렇다. 심각한 상황임에도 주고받는 대화가 가관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나가기 위해 도와달라고 소리치는 과정에서 이들은 온갖 단어를 다 댄다. ‘사람 살려’는 기본이고, ‘불이야!’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도망쳐!’도 이해하겠다. 하지만 ‘호랑이’라니!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하긴 마키하라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호랑이라니.  

아무튼, 모두 네 명의 화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풀어 놓는 이 어이없는 상황극은 처음엔 공포로 시작되다가 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기가 막혀서 참내, 하다 보니 이건 또 뭔 일이람! 그들의 비밀이 장난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끝나려고 하는 이야기인가 머리 굴리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이 죽는다. 헉!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마지막이다. 반전이다. “무엇을 예상하든 100% 빗나갈 것이다”라고 아마존재팬 독자가 말했다는데 맞다!  

어쨌든, 결과는 결과이고 이 소설은 그야말로 악몽이다. 사소한 사건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나래도 이게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꿈이라면 깨고 싶고, 시간이라면 되돌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이게 악몽이 아니면 뭐겠는가?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보니 군데군데 힌트들이 있었다. 추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눈치를 챌지도 모르겠지만 나처럼 아무 생각 없이 빠져 있다가 아! 하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느끼는 스토리의 재미도 괜찮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