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독서하면 ‘한독서’를 하고, 리뷰하면 ‘한리뷰’를 하는 사람인데 요즘은 어찌된 일이지 리뷰가 독서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읽은 책은 많은데 리뷰 올린 책은 없고, 이 모든 핑계를 단지 바쁘다는 것으로 돌리고 있긴 하지만, 다른 분들 보면 그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간단한 리뷰라도 좀 올려보자 싶어 정리를 해봤습니다. 이렇게라도 해두면 나중에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덜 헷갈리겠죠?(제가 건망증이 심해서이기도 하지만 워낙 읽는 책이 많거든요.^^;)
국내외 열두 명의 심리학자가 함께 한 『인간의 두 얼굴』은 사람들의 군중 심리나 우리가 예상치 못한 사소한 사건이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켜주는지 알려줍니다.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라는 말이 어쩜 그리도 딱 들어맞는지,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졌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행동을 보일 때는 무관심하다가 세 사람이 다른 행동을 보이면 일제히 그들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어이없는 상황이나 자기에게 권력이 주어지자 선량했던 사람조차도 그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들을 보면서 인간이 정말 하나의 상황에 얼마나 지배당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죠.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어떨까? 나도 그들과 같이 똑같은 행동을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내 목숨과 관련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두 얼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얼마나 서글픈 생각이 드는지. 인간은 어쨌든 이기적인 동물인 것 같아요. 그러나 나만의 원칙과 가치관을 가지도록 애는 써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강추하고 싶은 책이에요.^^

강도하라는 만화가를 알게 된 것은 『로맨스 킬러』를 통해서랍니다. 이미 『위대한 개츠비』로 이름을 날렸다는데 만화가 주 취미가 아닌 저로서는 늦게 그를 알게 된 셈이죠. 하지만 『로맨스 킬러』를 읽으며 강도하라는 만화가에게 푹 빠졌고, 이번에 나온 『큐브릭』을 통해 내용과 제목이 어찌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강도하는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빛나는 청춘도 아닌 네 아이를 통해 끝없는 절망을 맛보게 해줍니다.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창피하고 속상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은 외면당하고 버림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빛을 낼 줄 아는 아이들이었죠. ‘그래, 이게 바로 청춘이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큐브릭은 제각각 다른 모양의 조각들을 맞추어도 하나의 모양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그 조각이 가지는 본질은 절대로 변하지 않죠. 아이들의 고통 역시 스스로 이겨내겠지만 변하진 않겠죠. 그럼에도 그들에겐 희망과 행복이 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힘내라고!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 에세이 『그림에, 마음을 놓다』는 그야말로 편안하고 공감가는 문체로 제 마음을 다스려주었습니다.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그림을 두고 저자인 이주은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마치 내가 그 그림을 두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일러주는 것 같았어요. 너무 어렵지 않게 그림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몰랐던 그림에 대한 정보도 조금씩 알려주면서 내 마음을 건드는 그의 문체에 제대로 ‘홀릭‘되어 버렸네요.^^ 사람마다 추구하는 에세이가 따로 있어서 호불호가 다르겠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소소한 일상까지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봅니다. 그림을 몰랐던 분들도 그림에 관심을 가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추리소설들을 보면 인간의 심리를 살짝 건드려서 생각을 던져주는 책들이 의외로 많거든요. 이런 소설들을 일컬어 ‘사회파’ 추리소설이라고 하나요?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 얼마 전 내한한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도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책 『천사의 나이프』역시 소년범이란 주제를 던져줍니다. 소년은 살인을 해도 죄를 받지 않은 법에 의해 복수가 복수를 낳는 어이없는 사건이 벌어지죠. 소년범은 정말 교화의 대상인가, 아닌가?를 두고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역시 복수보다는 용서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제가 일본의 현대 소설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추리소설의 장르만은 인정해주고 싶답니다.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적긴 했는데 이것도 힘든 일이네요.^^; 내일은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을 소개할까 봐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서 장소를 바꾸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