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인디아 - 채유희 여행 에세이
채유희 글.사진 / 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그녀의 등을 떠민 것은 바람이었단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나의 등을 떠밀고 있다.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수많은 여행서를 읽으면서 단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희한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그녀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somewhere of the rainbow~" 

"somewhere of the rainbow~"를 흥얼거리며 인도로 떠난 그녀는 첫날부터 어이를 상실하고 만다. 호텔로 가는 길에 본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 마약 소굴 같은 호텔에서 만난 바퀴벌레들의 파티. 

나 같았으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퀴벌레들의 파티를 거부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 정말 미치겠다고 하면서도 수건 한 장을 위안 삼아 하얀 밤을 지새운다. 

그녀는 발을 딛기만 해도 영혼이 충만해질 것 같은 저 머나먼 성스러운 땅의 무지개 끝에서 그녀의 병(!)을 고칠 것만 같은 아유르베다(산스크리트어로 생명의 과학, 삶의 지혜라는 인도의 전통의학을 말한다.)가 존재할 것 같아 인도로 떠났다지만 난 인도로의 여행은 한번도 꿈을 꾸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느꼈던 지저분함과 더위 같은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눈 뜨고도 목 베어 가는" 인도, 인도는 내게 발리우드로 일컬어지는 뮤지컬 같은 영화의 나라이며, 카스트제도로 인해 일평생 빨래만 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쓴 여행기를 읽으면서도 동화되지 않았다. 나를 잡아끄는 매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이 책은 제목을 보는 순간, 제목처럼 뭔가 로맨틱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시작부터 그녀는 좀비니 스릴러니 바퀴벌레니 예의없는 인간들이라느니…끔찍한 소리만 해댄다. 물건을 팔기 위해 지겹도록 들이대는 여자와 그 아름다운 타지마할의 바닥이 찜질방 바닥보다도 뜨겁다는 사실들로 있지도 않은 인도의 환상마저 깨버린다. 그렇담 뭐냐! 정녕 로맨틱은 제목만 그런 것이냐? 할즈음에  그녀는 말한다. "그래도

그래도, 진절머리가 나다가도, 밉고 싫어도, 병을 주고 약을 주어도 "그래도"  

그렇구나! 인도엔 내가 생각하듯이 더러움과 지저분함이 있지만 그녀가 생각하듯 인도의 길 위엔 오물이 떨어져있지만 그 인도의 길 위엔 "꽃"도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아, 이런! 센스쟁이 채유희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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