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을즈음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을 읽었었다. 늘 그렇듯이 나는 반성하고 안타까워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런데 우연처럼 그런 책들만 내쳐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책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동안 눈에 띄어도 인문서라는 생각에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문득 장 지글러라는 이름과 작년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또 왠지 읽어줘야 하는 의무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장 지글러는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라는 화두를 내 던지며 지구라는 커다란 공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저런 추악한 세계를 보여준다. 이 세계는 장 지글러가 말하듯이 200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여전히 부패한 권력층이 존재하고 악덕 기업들의 횡포와 나라의 미래보다는 사적 자본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무기를 팔아 돈을 벌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며 수익이 적다고 꼭 필요한 약의 제조를 중단한다. 그런 결과로 피해를 받는 계층은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며 힘없는 여성들과 아이들인 것이다.  

또한 오랜 내전과 악랄한 독재자의 놀음으로 인해 외채를 빚지고 있는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은 나라가 진 빚으로 말미암아 자국민을 가난과 굶주림 속으로 내몰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이미 다른 책에서도 커피 농장의 실태를 읽은 적이 있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커피 가격의 폭락에 대해서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비해 커피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 되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가격이 폭락하여 많은 농민들이 커피 재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원인은 국제커피협약의 해체이다. 가난한 커피 생산 농부들이 공산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만든 협약이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가 와해된 이후 불필요한 협약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장 지글러는 이런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연대라고 말한다.  200년전 프랑스 혁명 후 그라쿠스 바뵈프의 연설을 예로 들며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와 같은 전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의식을 무장시키길 바라면서 말이다. 작은 힘이나마 연대를 함으로써 우린 어쩌면 거대한 다국적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

   
 

당신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내란을 막아야 한다고, 민중들 사이에 불화의 불씨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하지만 한편엔 살인마들, 다른 한편엔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이들에게 죽어가는 희생자들이 늘어가는 이 같은 현실보다 더 구역질 나는 전쟁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저 유명한 평등과 재산이라는 항목을 놓고 투쟁을 발여야 한다!
중들이여, 그대들은 야만적인 구시대적 제도들을 모두 전복하라!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서 더 이상 한쪽은 진쥐적이고 다른 한쪽은 비겁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모든 병폐는 극한점에 도달했으므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라고는 없다. 대대적인 현상 전복을 통해서 개선될 일만 남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