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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
노시은 지음 / 안그라픽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소개받고 구입하면서도 나는 단순히 여행 책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으로 배낭여행을 간 저자가 영국 남자와 만나 있었던 살짜쿵(!) 로맨스가 들어 있는. 오, 근데 아니다. 이 아가씨! 정말 용감하다. 어찌 채팅으로 만난 남자를 만나겠다고 영국까지 날아갈 수 있느냐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것 논픽션이 아니라 픽션이지? 의심하면서 읽었다. 정말 그 뒷부분에 마커스의 얼굴과 그 엄마의 얼굴이 안 나왔으면 솔직히 안 믿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버뜨! 이 책에 나오는 글은 진짜, 진짜다. 그녀의 용기! 귀엽지 않을 수 없다.
채팅으로 만난 영국남자, 마커스는 영국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의 내용으로 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의 친구들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들과 사진을 찍을 정도로 이름 있는 친구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건 로맨스 소설이잖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남자와 이 여자가 영국에서 만나 브릴의 남자 집에서 스코틀랜드로 여행을 떠나기 전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알콩달콩한 로맨스 소설들이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마음이 아픈 저자는 나 몰라라 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매우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러고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봤다. 어느 정도 영어가 되고 젊다면 나도 이런 용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과연, 채팅으로 만난 남자를, 그것도 저 바다 건너 있는 누구도 보장하지 않는 남자를 믿고 날아갈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나는 네버, 결코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 역시도 그 나이로 돌아간다면, 어쩌면 누구나 보아도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픈 기억이든 좋은 기억이든 지나고 보면 모두 아름답더라.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해보지 못하면 엄청 후회하더라. 아마도 그녀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그녀라고 어떤 망설임도 없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엔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책을 읽으면 내내 그녀의 그런 용기가 어찌나 부러웠는지.
색다른 여행기였다. 색다른 영국의 추억을 덕분에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