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거닐다 - 교토, 오사카... 일상과 여행 사이의 기록
전소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처럼 한가로움이 느껴지는 여행기다. 그 여유로움이 사진과 글에 가득하다. 일상적인 사진들 그리고 작은 깨달음. 

   
 

할랑하게 걷는 동안 목적지보다 걷고 있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특별한 목적지도 없었다. 자신만의 철학으로 자신의 유유자적 인생을 변호했던 나스메 소세키의 소설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의 산책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두 뺨에 약간의 홍조만 나타나게할 뿐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한가로이 거닐기는 철학자의 길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산책이었다.

 
   

골목길, 빨래줄에 널린 빨래의 풍경,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육교의 긴 계단을 내려오는 한 사람, 거리의 화분들, 방의 침대, 구겨진 옷,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 이런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전수연의 눈으로 보니 또 다르게 아름답다. 

교토, 고풍스런 풍경에 우리가 경주를 찾아가듯 일상과 여행을 같이 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그녀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현지인의 집을 얻어 '교토인'이 되어 보낸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고 할일이 없어 빈둥거리기도 하며 일상에 젖어든다. 이렇다할 여행의 정보도 나와 있지 않지만 교토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삶의 지루함을 뒤로 하고 떠나왔다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면 그 어느 곳에서든 내 마음대로 때론 게으름을 피우며 지낼 수 있다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행객의 '비웃음'이 느껴지더라도 그곳에 가면 반드시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작가의 책을 들고 찾아갈 수 있는 여유, 그런 여유가 부럽다.  

떠.나.고.싶.다. 날짜도 요일도 시간도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곳'에만 빠질 수 있는 '그곳'  

   
 

 천천히 해. 살짝 스치고 넘어가는 게 전부가 아니란다. 네 손가락이 한 단어에 속삭일 때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냐. 천천히 해 쿠엔틴. 그리고 네가 보고 있는 것을 조금만 더 오래 붙잡고 있어봐. 난 이미 널 보고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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