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아트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에드워드 호퍼의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여름의 어느 날 작은 도시 역 광장의 일요일 아침,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여명은 밝아오고, 도로엔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맑은 공기가 내 코를 자극하고 파란 하늘은 더없이 높으며 살랑거리며 부는 아침의 바람은 하루의 시작을 기분좋게 맞이하게 해준다. 

에드워드 호퍼의 어떤 그림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든 그림에서 그런 느낌이 난다. 그의 그림엔 도로가 있지만 지나다니는 차는 없고, 도시의 아침은 밝았지만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그런 호퍼의 그림을 마크 스트랜드라는 시인이 눈으로 읽었다. 그래서인지 그림을 잘 아는 화가나 그림평론가들의 해설이 아닌 시인의 감성적인 문체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림을 잘 모르는 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기시감을 느꼈다. 그 이유는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에드워드 호퍼가 근대 생활이나 고독, 위로, 여행과 관련한 것들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들의 마음 속에 하나쯤은 들어있는 것들이다. 그럼으로 그의 그림들을 바라보면 제대로 의도를 알지 못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의 기술』에서 보통은 에드워드 호퍼와 보들레르의 감성이 닮았다고 했다. 그런 감성이므로 시인의 눈으로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은 가장 완전한 해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호퍼의 그림은 꾸밈없는 감상과 깊은 통찰력으로 호퍼의 그림을 이해하게 한다. 그 점에서 독자인 우리는 스트랜드에게 호퍼의 그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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