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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사진에 박히다 - 사진으로 읽는 한국 근대 문화사
이경민 지음 / 산책자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난 어렸을 때부터 사진에 '박히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 찍기를 좋아했던 아버지가 늘 우리 남매의 모습을 담아주었기에 어릴 때의 사진이 많고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은 두어 개면 족하다는 앨범이 일 년마다 한 권씩 생길 정도였는데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서부터는 찍히는 것보다는 찍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사진 기술이 이토록 오래된 줄은 처음 알았다. 나의 무지가 참 한심스럽긴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의 역사를 보고 깜짝 놀란 것 같다. 1921년에 이미 여자 사진사가 나올 정도였는데 말이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정치적인 것과 일상적인 사건 사고로 본 사진 그리고 사진을 둘러싼 신문화의 풍경들과 경성의 사진관에 관한 이야기들로 되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요즘의 브로마이드 처럼 사람들에게 팔려 판매중지가 된 이야기나 그의 사진을 보고 힘을 얻어 일본의 총독을 살해하려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 1920년대에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 여자 사진사가 등장했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자살전에 본인의 사진을 찍었다는 것과 가슴엔 연정을 품은 이의 사진을 갖고 죽었다는 건 흥미로웠다. 오늘날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을 생각나게 하는 사진결혼의 등장이나 권번에 등록해준다는 핑계로 기생들을 속였다는 사기꾼의 이야기는 시대성을 잊게 해주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카를 소유하고 있고 사진 찍는 것이 이젠 일상화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진에 얽힌 우리나라의 사진 역사에 대해서는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궁금한 점을 많이 해결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