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행군 - 대성당의 비밀/정복자의 군대/아른의 복수
장 클로드 갈, 장 피에르 디오네 외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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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예술도 잘 모르지만 봤을 때의 감동은 느낄 줄 안다. 이 만화가 그렇다. 흑백의 그로테스크한 그림들이 암울한 시대를 보여주는 듯하고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죽음의 행군은 많은 죽음을 보여준다. 남성적인 내용과 그림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터치와 웅장한 스케일, 작가는 20년에 걸쳐 이 만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대단하다는 말만 나온다. 감동적이다.

시대도 나라도 알 수 없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세가지의 다른 텍스트로 보여주는 이 걸작은 각기 다른 이야기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데 그중 <아른의 복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스토리의 진지함이나 완벽함이 돋보인다. 이중 나는 너무나 남성적인 정복자의 이야기보다는 첫 이야기인 <대성당의 비밀>이 흥미로웠다.

대주교의 침입에 맞서다가 굶주림에 의해 항복을 하고 대주교의 명령에 의해 대성당을 짓게 되는 아르쉬텍트, 그가 대성당을 완성하자 물 위에 뜨는 대성당의 건축 비밀에 대해 궁금해하는 대주교는 오만하게도 대성당을 지은 백성들의 고통따윈 기억하지 않지만 자신의 불멸성은 보장될 것이라 말한다. 그런 대주교의 말에 '중량과 평형추'의 교묘한 결합에 대해 얘기하는 아르쉬텍트.  허영에 가득찬 광인인 대주교는 그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고 축배의 잔을 들지만 그 순간 자신의 오만을 깨닫게 된다. 하나의 포도주 잔이  대서양의 힘을 잡아놓고 있었던 거다. 무너지는 대성당.

처음엔 내용을, 다음엔 그림을, 그다음엔 깊이를 깨닫게 해주는 만화, 만화라기보다는 예술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작품이었다. 두고두고 봐야할 작품. 소장가치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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