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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김경욱 작가의 책을 처음(!) 읽었다. 내가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읽는 것들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김경욱 작가의 경우는 의외에 속한다. 그만큼 읽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어쩐지 읽지 못한, 아니 읽지 않은 경우이기 때문이다. 난 책을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를 좋아한다. 물론 잘생기기도 해야지.^^ 암튼, 그의 작품들을 보면 읽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커트 코베인, 장국영, 베티(내가 생각하는 그 베티라면), 바그다드 카페 그리고 모리슨 호텔까지.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제목들의 작품들을 그동안 계속 보아오면서도 무시(!)하다가 독서가 위험하다는 말에 혹! 하여 드디어 읽게 된 김경욱. 음악, 영화, 작가이므로 책에 관한 박식함까지 또래여서일까? 김연수 작가, 김중혁 작가와 비슷하게 공유하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해서 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표제작인 「위험한 독서」에서와 같이 치료사라는 직업이 정말 있다면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으나 밑줄긋기나 감동받은 글을 저장하거나 서평을 적어두지 않으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마는 나의 성격 탓에 상대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 말해주어도 상대가 누구인지 말하기는커녕 예를 들면서까지 성격에 맞는 책과 주인공을 댈 자신이 없기에 그 마음을 접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독특한 단편에 마음이 쏠리고도 남을 것 같다. 또한 그 치료사에게 가서 내가 감동받았던 책들을 말해주고 나도 모르는 나를 알고 싶어지니 말이다. 그리고 「공중관람차를 타는 여자」가 보여준 우연성은 매우 흥미로웠으며, 무덤덤한 듯하면서 해야 할 말은 모두 툭툭 잘도 내던지는 아내를 천년여왕으로 만드는 남자의 이야기나 스파르타식 학원의 추억을 담은 「황홀한 사춘기」까지 모든 단편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에 덧붙인 나를 돌아보게 하는 위험한 독서,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책으로 보인다는 중증환자, 상대의 독서를 위해서라면 스스로 책이 되는 위험을 감수하겠으니 자신을 읽어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경욱, 이 책을 통해 나는 그를 반드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감이 있지만 썩 괜찮은 한국 작가를 알게된 기쁨은 역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