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지음, 심은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가끔 책꽂이에 무심히 꽂혀 있는, 전혀 정보가 없는 책을 발견하여 펼쳤는데 내 마음에 쏘옥 들어와 감동을 느끼게 하는 책을 읽는 재미란 솔솔하다. 물론 내 책꽂이가 아니라 주인 없는 집에 들러 쓰윽~ 훑어보다가 그런 책을 발견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블록질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전문가적인 사진은 아니지만 소품 정도의 사진은 제법 예쁘게 찍을 줄 아는 솜씨가 있기에(순전히 내 생각이다) 어떤 이미지를 찍고 그 이미지와 함께 얽힌 이야기를 길지 않게 풀어내면 재미있겠다. 근데 이 책이 바로 그런 나의 생각을 도둑질이나 한 것처럼 나의 의도와 일치한다. 이럴 수가! 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미리한 사람이 있었다니. 표절? 켁! -.-

물론 작가는 나차럼 블로그에 올릴려고 쓴  글이나 이미지가 아니다. 그는 알려진 사진 작가이며 설치 미술가, 개념 미술가에 '사진-소설'의 형식으로 새로운 형식의 이야기를를 들려주는 작가이다. 소피 칼, 저자 사진으로 보는 그녀의 모습은 영화배우처럼 매혹적이며 아름답다. 아무 생각없이 책을 펼쳤을 때 느껴지는 것은 글을 먼저 써 놓고 그에 맞는 이미지를 찍었나보다. 했는데(난 그럴 생각이었으므로) 아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진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그럼 소설인가?

"소피 칼은 이 책에서 자신의 삶을 사진으로 증명해 보여주며, 지극히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것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꾸며낸 것인지 알 수 없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아하! 했다.

사진 한 장 한 장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 사진들 속에서 소피 칼은 진실을, 혹은 거짓을 능청스레 이야기하고 독자는 사소한 일상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실제인듯한 소피 칼의 이야기에 혹! 하고 넘어가 그녀와 함께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게임에 동참하게 된다.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도발적인 여성 작가 소피 칼, 그녀의 매력을 흠뻑 느끼게 만든 책. 그녀와 폴 오스터가 같이 쓴 또다른 이야기 『뉴욕이야기』에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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