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진의 만화 미국사 다른만화 시리즈 1
마이크 코노패키 외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미 '제국주의' 역사, 다소 자극적인 글을 보며 책을 펼쳤다. 지난 주에 페이퍼를 작성하면서도 말했거니와 지극히 보수주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기에 내가 이런 류의 책을 읽는다는 것을 아시면 아마도 매우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집에서 자랐기에 오히려 더더욱 이런 책이 궁금할 수도 있었는데 워낙 평범한 부류이다보니 이 나이가 들어도 '제국주의'라는 말이 들어간 책을 읽은 적이 없다는 것을 실토해야겠다. 어쩌면 이 책도 만화가 아니었다면 읽어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그 아무리 하워드 진이라 해도 말이다.(내가 하워드 진의 명성을 아무리 들었어도 책 한번도 안 읽고 어찌 그를 안다 하겠는가?) 그랬다면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정보를 조금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이 책이 나에게 가르쳐 준 미국사는 사실, 나이가 들면서 어렴풋이 알게 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셈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한쪽의 이야기만 하는 셈이나 일단은 이 책을 읽었으므로 책의 내용을 존중하겠다)

운디드니의 인디언 학살을 시작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미국, 백인, 광포한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약한 나라를 기만하고, 인종차별에 앞장 섰는지 또한 힘없는 노동자들을 대했는지 나름대로 콕 찝어서 얘기해주고 있다. 특히 글로서 보여주지 못하는 장면들을 그림과 사진으로 보여줌으로써 굉장한 시각적 효과를 얻게 한다. 쿠바에서 보여준 미군대내의 흑과 백의 인종 차별, 필리핀에서 보여준 끔찍한 학살 장면 등 전쟁 중에 미국이 자국을 위해 벌인 수많은 끔찍한 사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냉전시대 이후에도 반군을 지원하여 힘없는 여자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짓을 하고서도 절대로 아니라고 발뺌을 하는 미 정부의 모습은 정말이지 잔인하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사일을 팔고, 음모를 꾸며 그들에게 해가 된다면 남의 나라마저 뒤집어버리는 그야말로 '제국주의'의 횡포는  끝이 없어 보인다. 또한 그들 중에서도 진실을 말하려는 자들을 오히려 비난하거나 민주 공화 공히 공산주의 도미노 현상을 막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잔혹한 독재자들을 후원해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실들이다.

그럼에도 하워드 진은 희망의 가능성을 말한다. "어렸을 때에 희망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낭만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역사가 잔인함의 역사만이 아니라 열정과 희생, 용기와 관용의 역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태도입니다. 만약 우리가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는다면 그리고 사람들이 훌륭하게 처신해온 경우가 아주 많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행동할 힘을 얻을 것입니다. 희망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입니다. 미래는 현재의 무한한 연속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최악의 상황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놀라운 승리인 것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것은 하워드 진의 말처럼 희망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사 내내 억압받고 차별 받으며 살았던 '잡종' 이 '미 제국주의'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까지 이어오던 미국사 혹은 세계사가 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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