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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각들 - 타블로 소설집
타블로 지음 / 달 / 2008년 10월
평점 :
타블로의 소설집이다.연예인이 소설집을 내는 것은 드문 일이다. 몇 년 전에 이적이 『지문 사냥꾼』을 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순수 문학이라기보다는 다른 장르의 소설이었기에 그다지 실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타블로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비록 등단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문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문학을 전공하고 문예창작 수업까지 제대로 받은 학생이었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그가 낸 이번 소설집은 스무 살 무렵에 쓴 소설들이다. 등단한 다른 작가들에 비하자면 부족한 점이 없진 않지만 만약 그가 가수로 나가지 않고 작가의 길을 갔었다면 필시 이선웅이라는 이름으로 등단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모두 열 편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는 『당신의 조각들』은 각기 다른 상처를 가진 나약한 존재들이 등장한다. TV에 잠깐 연재하여 호평을 받았다는 「안단테」의 아버지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지만 이젠 알츠하이머에 걸려 피아노 연주를 하지 못하고 동명의 제목으로 노래를 발표했던「쉿」에 나오는 어머니 역시 한때는 음반을 세 장이나 발표한 가수였지만 지금은 죽은 듯이,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양 살아가고 있다. 그런 존재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조나단과 마이크는 어쩌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른 또래들보다 혹독한 성장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둘은 그런 과정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얘기하지도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단편집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블로는 가족과 소통, 성장과 사랑까지 다양한 면들을 이야기 한다. 문체는 건조하고 희망 또한 없어보이지만 그럼에도 위로가 되는 것은 글 속에 묻힌 타블로 만의 따뜻함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소설인만큼 십대의 아이들이 많이 찾아 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생각과 심정을 나름대로 잘 표현하고 있는 듯하여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단편은 「최후의 일격」이다. 망가진 가족사를 그려냈지만 극적인 점에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