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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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완득이』를 처음으로,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겐 조금 심심한 작품 되겠다. 하지만 그녀의 또 다른 소설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 책도 아주 만족해하며 읽을 것이다. 이젠 작가 특유의 발랄함과  얄미운듯 건강한 어린이(혹은 청소년)의 등장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그게 즐거운 독자는 그 맛을 이 책에서도 맛볼 것이다.

지어진 지 사십 년이 넘은 재건축 대상의 푸른아파트는 모두 4동으로 지어진 아파트다.  지방 변두리 도시에 있는 이 아파트는 최근 명품 도시 운운하며 야심찬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 새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자 재건축의 희망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재건축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 주민들이 현수막과 검은 띠까지 아파트에 두르는 바람에 안 그래도 볼썽사나운 아파트가 더더욱 초라해보인다. 하지만 오래된 우정을 자랑하는 네 동의 아파트는 사십 년이라는 기간땜에 주변의 새 아파트들에 의해 어른대접을 받고 있으며 나름 자존심이 강하다.  

투덜이 1동, 정이 많은 2동, 내장 터진 3동, 귀신 나오는, 성깔있는 4동.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 기동이와 주민들의 야단법석한 일들이 재치있는 입담으로 명랑한 문체로 기분 좋게 읽힌다. 

김려령 작가는 보다시피 아파트라는 건물을 의인화하여 이야기를 풀어간다. 네 동의 아파트가 바라보는 주민들의 삶은 애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하다. 비록 재개발되어야 할 아파트이지만 기동이 할머니처럼 삼십 년 동안 고락을 같이 한 아파트는 할머니에게 정이 든 인간이나 다름없다. 그런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작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유쾌하게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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