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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2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작은 액자 형식의 이 책은 장장 700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남자를 기다린 마리안네의 ‘불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소 환상적이고 정말 ‘이야기스러운’ 소설이지만 7년이라는 기간 동안(어쩌면 마리안네의 기다림만큼이나) 연구하고 쓰기를 반복하며 발표한 소설답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포르노배우, 화상환자, 필경사, 중세 신비주의자, 단테의『신곡』, 바이킹의 전설, 정신분열증 그리고 책 제목으로 등장하는 ‘가고일‘에 관한 건축 양식까지. 이 많은 사실들을 연구하여 조사하고 펴낸 소설이기에 꽤 리얼하며 흥미롭다. 더구나 작가가 화자에게 부여한 문장 속의 위트는 간혹 지루할 뻔한 문장에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포르노 배우로 잘 나가던 ‘나’가 자동차 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게 된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등장한 정신분열증 환자 마리안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되살아난 삶에 환멸을 느끼던 ‘나’에게 작은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그들이 700년 전에 사랑하던 사이라고 말하는 마리안네의 말에 반신반의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 변함없는 ‘나’에 대한 마리안네의 사랑은 그런 ‘나’를 흔들리게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리안네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멀쩡했던 모습이 ‘괴물’로 변해버린다면, 인간이라면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는 마리안네의 사랑은 비록 소설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더구나 마리안네가 들려주는 네 쌍의 사랑은 이 소설의 백미처럼 등장한다. ‘아, 사랑이 그런 거구나!’하고 느끼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물론 700년 전 중세의 마리안네와 용병이었던 ‘나’와의 사랑 또한 더할 수 없는 진실된 사랑이지만 말이다.
스릴과 추리 같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은 아니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또한 진부한 결론이지만 ‘가고일’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