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기에
로랑스 타르디외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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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어가고 있어 뱅상 난 죽어가 보고 싶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보고 싶어 당신을 보고 만지고 당신 목소릴 듣고 싶어 보고 싶어 뱅상 난 죽어가    p9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남자의 독백.
십오 년만에 받은 그녀의 편지에 그는 당황해하지만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웃옷을 입을 생각도 못 한 채, 도둑처럼 그녀를 향해 달려간다.


죽지 마, 주느비에브. 죽어선 안 돼. 난 고독이 무언지 안다고 믿었지. 하지만 이제 머지 않아 네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그건 순전히 착각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 네가 죽는 순간 비로소 난 혼자가 될 거야. 우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산 세월 동안에도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내게 삶의 용기를 주었어. 세상 어딘가에 네가 존재했으니까. 비록 널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나와 똑같은 시련을 겪어야 했던 여자가 아직 건재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 서로를 만질 수 없었어도 우린 함께 손을 잡고 있었던 거야. 그런데 이제 네가 사라져버린다면 난 흔들릴 거야. 더는 발밑에 단단한 땅을 딛고 서 있지 못하게 될 거야    p25


똑같은 아픔, 상처. 견딜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벗어나야만 했던 두 사람
십오 년만의 재회,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죽을 수 있었던 주느비에브.
그러나 결코 되돌릴 수 없었던 과거…

어느 누구라도 사랑하여 결혼을 하면 그대로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조금만 양보하고 상대방을 조금만 이해를 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주느비에브의 말처럼 불행은 이유 없이 찾아온다. 너와 나, 아무 문제가 없을지언정 어느 순간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을 절망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내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일들이. 세월이 지나면 잊힐 거라 생각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그 영혼은… 영원하다. 

담백한 문체와 아름다우며 슬픈 그들의 사랑, 주느비에브, 뱅상, 클라라.

(…)이게 내 삶이야. 이 삶이 누린 기쁨과 상처. 나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왜 삶의 밝은 면만 기억해야 하는 걸까? 빛을 눈부시게 만드는 건 어둠인데 말이야.(…)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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