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죽음을 소재로 한 스릴러(?) 두 권을 읽었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공통점으로 들어가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라서 같이 올린다는 게 웃기지만 뭐 읽다보니 죽음이란 공통적인 단어가 생각났고 그래서 연결해보는 것이니 쓰는 사람 마음이겠지요?(아,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핑계를.)
먼저 『고스트 인 러브』입니다.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진 영혼들이랍니다. 영혼이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는 죽어서도 산 사람처럼 살고 있다는 의미겠죠? 그게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육신은 죽어도 영혼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겁니다. 그에 의미를 두자면 『로라, 시티』도 비슷합니다. 책에 나오는 '시티'야말로 영혼들이 진짜! 사람처럼 자라고 생활하는 곳이니까요. 여태껏 사람이 죽으면 지옥이나 천당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겐 좀 색다른 충격이었는데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믿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그러나 한편으론 걱정도 되어요.
『고스트 인 러브』의 헬렌은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해 우리가 생각하는 하늘나라로 가질 못하거든요. 한 인간을 매개로 해서 그 주변을 맴도는 거죠. 그 주변을 떠나면 지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할 수 없이 인간을 숙주로 해서 그 인간이 죽을 때까지 그 인간의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죽으면 다른 인간에게로 옮겨 가는 거예요. 그러니 백 년, 이백 년 살게 되는 거죠. 도대체 얼마나 큰 죄책감이 있기에 영혼이 되어서도 떠나지 못할까요? 문득 우리나라의 전설들이 생각나요. 우리나라의 전설 속 영혼들은 대부분 본인의 죄책감보다는 나를 괴롭힌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생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이 많잖아요. 그런 점에 비하면 좀 착한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고스트 인 러브』는 더 나아가서 내 몸을 스스로 버리는 영혼도 나타나요. 어떤 충격이나 사건을 계기로 '내'가 '나'를 버리는 거죠. 좀 슬픈 일이에요. 내가 내 몸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건 그렇고 전 이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랑이라는 것은 인간에게나 영혼에게나 소중한 것이구나! 더불어 사랑에 빠지면 영혼이라도 별 수 없구나! 뭐 그런 시답잖은 생각요.^^; 죄책감 때문에 인간을 떠나지 못하면서 저와 같은 영혼을 만나 사랑에 빠지다니요!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지요.ㅎㅎ
그런 점에 비하면 『로라, 시티』는 좀 성숙한(!)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렸어요. 세상엔 단 한 명 로라만 존재한답니다. 세상에 홀로 남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당연히 두렵겠죠? 그건 당연지사이니 말할 필요도 없어요. 그보다 중요한 사실은 살아남은 로라보다도 '시티'에 존재하는 죽은 사람들이에요. 책의 부제처럼 '죽은 자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그 '시티'이거든요. 죽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라 해서 죽었다고 다 가는 곳이냐 하면 그렇지 않아요. 누군가 죽은 '나'를 기억해주어야만 그곳에 갈 수 있는 거죠. 이건 참 중요한 메시지인데 만약 내가 죽었는데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난 세상에서 잊힌 존재가 되는 것이며 '시티'에 갈 수 있는 자격이 없는 거예요. 다르게 생각하면 참 억울한 일이죠.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도 슬픈 일인데, 그로 인해 제2의 삶일 수도 있는 '시티'에 입성하지 못한다니 말예요. 세상은 정말 불공평해요.-.-;;
자,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잡히시죠? 세상에 혼자 남은 '로라', 그리고 로라가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시티' . 한 사람이 평생동안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몇 명일까요? 과연, 기억해보세요! 그리고 이건 분명 소설임에 틀림없지만, 그래서 이런 이야기에 솔깃하여 혹시나? 하고 믿는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웃길 이야기지만 누군가를 기억해준다는 사실, 어쩌면 그 사람에게 죽어서도 제2의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일지도 몰라요. 믿거나 말거나 ㅋㅋ 그나저나 로라는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