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자리에 앉은 분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 여행』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한 책이다. 내 취향은 분명 『놀멍 쉬멍~』인데 본인이 읽어야 하니 아쉬우면 이것이라도 읽어보라고, 우석훈 씨가 추천한 책이라며 건네줬다.

『게 공선』,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표지만 보았던 기억이 난다. 두께도 얇고 금방 읽을 것 같아 좋다! 하곤 들고 왔다.

집에 가는 길, 와야 할 버스가 10분이 지나도록 오질 않았다. 워낙 늦게 오는 차라 가끔 버스 기다리며 책을 읽기도 하지만 10분 정도면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 기다렸는데 안 온다. 해서, 이 책을 펼쳤다. 그래, 가는 길에 다 읽어주마! 하지만 책을 받을 때는 책의 정보를 좀 알고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책이 아닐 때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암튼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더 끔찍하다. 현실은 그렇다. 늘 소설보다 끔찍한 게 현실이다. 비록 오래전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첫 장을 읽으면서 다 읽을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돌아가 저자 이력을 보고 출판연도를 보았다. 오래된 책이다. "『게 공선』은 ‘공장선’이라는 이유로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고, 선박이기에 공장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법의 사각지대이다. 그 안에서 혹사당하고 학대받는 어업노동자들이 그 가혹한 노동조건에 분노를 느끼며 맞서 싸우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란다. 어쩐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1929년에 나온 이 책이 요즘 다시 등장한 배경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그 생각만으로 암울하다.

"일하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으로, 정규직과 똑같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면서도, 상대적으로 무척 낮은 임금 탓에 안정된 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이른바 ‘일하는 빈곤층’인 워킹 푸어는, 현대판 ‘게 공선 어업노동자’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항해법에도, 공장법에도 적용받지 못하는 ‘게 공선’에 어쩔 수 없이 값싼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어업노동자가 곧 지금의 비정규직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워킹 푸어(working poor)라 일컫는 일본의 현 청년층 세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비정규직과 비인간적인 노동자 대우, 국가를위해서 노동의 고통 쯤은 감수해야한다는 자본가들의 역설. 그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노동자들이 할 수 잇는 일은 '집단 연대', 이 책을 읽으면 좌절에서 희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허나, 오래 전에 출간한 세로줄 책을 읽는 듯한 문체, 삼류 소설 같은 불편한 문장들, 번역의 미숙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뭔가 아쉬운 소설이며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읽으면서도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나의 사회적 성향(!)이나 사상의 문제를 떠나서 말이다.

그러다보니, 책보다는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 사람들의 글이 훨씬 마음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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