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춤이다
김선우 지음 / 실천문학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김선우, 어렴풋이 시인으로만 알고 있던 그녀가 첫 장편소설을 펴냈다. 그녀가 인용한 주제 사라마구의 말처럼 "소설은 더 이상 하나의 장르가 아닌" 모양이다. 시를 쓰던 그녀가 소설을 쓰니 소설이 시 같다. 문체가 아름답고 길고 긴 하나의 서사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최승희, 시와 무용, 그렇게 잘 어울렸나보다.  

 

원래부터 근대 한국에 관심만(!) 많은 나로서는 당시를 살던 최승희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마냥 미루기만 했던 책을 김선우 작가의 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읽게 되었다. 읽고 나니 잊고 있었다면 후회할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승희, 그녀는 누구인가?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 조선의 딸로 태어나 몸으로 조선을 알리고자 했던, 몸 하나로 전 세계에 조선의 춤을 알린 이가 아니었나. 하지만 세상은 늘 그렇다. "너무 일찍" 태어나 불행했던 이들이 많았던 것처럼 최승희, 그녀도 "너무 일찍" 세상에 와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겪으며 월북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과거는 모조리 사라져버리고 예술적 성과는 백지가 되어버렸다.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고 "나는, 내가, 구할 거라구!" 스스로에게 다짐받듯 말한 그녀는 그러나 아름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으로 인해 결국은 숙청이라는 명목으로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녀를 김선우 작가가 되살려냈다.

 

자유에의 갈망, 몸으로 조국을 구하고자 했던 여인, "무용가로서의 자존의 핵심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예술가, 자신의 몸, 자신의 춤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았던 에고이스트. 전근대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현대로 탈주하는 최승희가 바람처럼 속삭인다. 자유인 춤, 자유인 예술, 자유인 영혼!" 최승희, 『나는 춤이다』는 그녀의 이야기다.   

 

소설의 구성은 민을 따라 예월을 만나러 가면서 기억하는 최승희의 과거다. 최승희가 무용을 하게 된 동기, 예월과 민을 만난 일, 기타로와 류의 등장, 남편 안과의 생활 그리고 조선 최고의 무용가로서 최승희가 겪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여러 시점으로 소개된다. 기타로의 생각, 안이 느낀 감정, 민의 시선 그리고 그녀의 그림자와 같은 이들의 시선으로 최승희를 바라보던 그 눈빛에서 김선우의 상상력과 최승희의 인생이 승화되어 나타난다.

 

최승희와 남편 안막 그리고 스승인 이시이 바쿠를 제외하면 모두 허구의 인물인데다 뒤죽박죽 헷갈리는 듯한 스토리지만 다시 한 번 앞으로 되돌아가 책을 펼쳤을 때 보이는 전체적인 윤곽과 시 같은 문장은 샤이쇼키 최승희의 무용에 대한 강렬한 애정과 그녀를 되살려내고자 했던 김선우 작가의 열정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최초의 한류스타 최승희,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그녀의 무용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는 춤이다" 그녀는 진정 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