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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 세트 -전5권 ㅣ 아침이슬 셰익스피어 전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정환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인터뷰 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우연히『김정환의 만남, 변화, 아름다움』(문학동네)이란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저자에 대해선 아는 바 없었고 그동안 읽은 인터뷰 집과는 조금 다른 색다른 문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체가 "~고,"였다. 마침표를 찍지 않고 그렇다고 "~며"를 집어넣는 것도 아니다. 계속 "~고, ~고, ~고"로 한 문장을 끝낸다. 독특했다.
그 김정환이 이번엔 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했다. 처음엔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헷갈렸다. 인터뷰 집을 읽으면서 프로필에 시인이라는 것까진 읽은 것 같은데 번역가라는 걸 읽은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전집이 눈에 띄고 얇은 데다 작년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희곡임에도!) 이참에 나도『리어왕』읽어보겠다고 펼쳤다.(난 희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또 셰익스피어는 중학교 때 집에 있는 두꺼운 전집을 펼쳤다가 그만 어려운 문장들에 덮은 기억이 나서 그 후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버스 안이라 소리 내며 읽지는 못했고,(희곡은 소리 내며 읽어야 그 맛을 느낀다고 친구가 말해주었기에) 깔끔한 문체와 문장이 눈에 들어왔고, 시인이라 그런지 섬세한 번역이 마음에 들었고, 희곡이지만 지문이 많지 않아 읽는 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았고, 읽으면서 내리 무대를 떠올리게 하는 상상력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역자 해설로 넘어갔다. 그 글에서 김정환 특유의 문체를 발견한 것이다. 그제야 아, 이 분이 그 분이구나! 했다나.
셰익스피어라면 그의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은 읽은 기억이 있을 작가다. 나처럼 셰익스피어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는 연극으로 영화로 보았을 테니 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의 맛을 알고 나면 영화나 연극보다는 책을 먼저 읽게 될 것이다. 근데 그때 왜 나는 셰익스피어를 읽지 못했는가? 곰곰 생각해봤다. 번역 탓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외국 문학의 경우 번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가 번역을 했느냐에 따라 그 책의 진가가 달라질 테니 말이다.
이제 겨우 『리어왕』을 읽었을 뿐이지만 "시인이자 소설가, 무대 연출-기획자로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원작의 산문성과 운문성, 시행의 순서와 비유의 배열까지 최대한 존중하면서 원작이 가진 다층의 의미와 언어의 마술적 유희를 가장 근사하게 재현해내고자 하였고 잘 쓰인 시 한 편을 읽는 듯한 편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맛보게 해 줄" 김정환의 <셰익스피어 전집>, 그래서 아직도 셰익스피어를 어려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이번엔 셰익스피어를 꼭 만나보라고 감히 권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