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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성석제 작가를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오래전 『도망자 이치도』를 읽을 때도 그렇고 산문집 『소풍』을 읽을 때는 거의 넘어 갔다. 왜 그럴까? 나는 왜 성석제 작가만 생각하면 웃음부터 나오는 걸까? 생각해보니 결론은? 정겨운 고향의 사투리였다. 그와 난 동향이라고 할 정도로 이웃한 도시에 살았었다. 그래서 그가 내뱉는 모든 사투리는 우리 부모님이, 내 친구들이, 내 동생들이 쓰는 사투리였다. 서울에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사투리 듣고 웃음이 나냐고 묻는다면 그다지 할 말은 없지만 딴엔 고향 떠난 지 오래라 사투리를 들을 때마다 재미있어 죽겠다. 그리고 이 책 『농담하는 카메라』를 읽으면서 다시한번 그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이번엔 사투리가 아닌 그가 풀어 놓은 추억들 때문이었다.
친척 형을 따라 생맥주를 처음 마셨던 그곳, 사람이 들어올 때마다 차임벨이 울리고, 소파 가운데는 무수한 사람들의 흔적처럼 푹 꺼져 있었으며, 담뱃불로 지진 자국은 또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흥겹게 나오던 뮤직, 스모키의 '옆집의 앨리스!' 캬~아!!!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맥주잔 손잡이에 오른손을 칼처럼 끼워 넣어 들던 형의 포즈다. 지금 생각하니 그랬었던 것 같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스모키의 '옆집의 앨리스'는 어김없이 안주처럼 나왔고, 생맥주는 그렇게 마셨어야 했던 것 같다. 어디 그 뿐인가? 「한 도시의 기풍」에 등장하는 그 호텔(!)의 에피소드는 육개장을 된장찌개로 가져다주고도 너무나 당당한 종업원의 모습에서 내 고향의 호텔을 떠올리게 했다. 믿거나말거나!^^
이 책에서 성석제 작가는 세 가지의 시선으로 본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추억의 카메라를 들이대고 오래 전 어릴 때의 모습을 담아내고 활자 중독증에 걸린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그동안 다녀온 곳곳의 풍경들을 글로 담았으며 마지막엔 작가의 일상에 포커스를 맞추어 유쾌한 글을 선보인다. 하지만 살짝 아쉬운 점은 콩트 같은 짧은 글들이 많아 읽는데 조금 산만했었다는. 그럼에도,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작가에게 썩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 가면 꼭 도마를 찾아볼 것이며, 오대산 막국수도 꼭 사 먹어볼 것이며, 간만에 생맥주를 마시게 되면 꼭 칼처럼 손잡이에 끼워 넣어 마셔봐야겠다. 참! 앞으론 사발면을 먹을 때마다 성석제 작가가 생각날 지도 모르겠다. 활자중독증! 완전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