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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르츠 캔디
이근미 지음 / 달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러시아 영화 <나는, 인어공주>를 본 적이 있다. 독특한 소재의 영화였다. 그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말하라면 여러 장면이 있지만 이 책 『어쩌면 후르츠 캔디』를 읽으면서 그 영화를 떠올린 이유는 좌절하거나 힘들 때마다 길거리 광고 카피를 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알리사의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이 책에서도 조안나는 광고 카피 인용을 많이 한다. 알리사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맥락이다. 광고 카피에서 느끼는 그들만의 생각! 물론 조안나는 광고쟁이이기에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어쨌거나 나는, <나는, 인어공주>의 장면이 떠올랐다.
이 책을 두고 다른 칙릿소설과 다르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사실 다를 것도 없다. 칙릿 맞다. 드라마처럼 가볍고 드라마처럼 우연도 많이 일어나고 드라마로 만들면 성공하겠다 싶기도 하다. 다만 내가 스물네 살짜리였다면 정말 좋아라 감동하며 읽었겠지만 독자를 잘못 고른 탓에 칙릿으로 분류되고 말았다. 요즘 난 사실 칙릿에 지겨움을 느끼는 중이다. 근데 왜 읽었지? 글쎄, 뭔가 다르다는 느낌에서 그랬을 거다. 뭐 결론은 그게 그거군! 이었지만.
내용은 여느 소설들과 다를 바 없다. 가진 것도 없는, 다만 능력만 있는 예쁘지도 않은 여자가 좋은 회사 입사하여 회사내에서도 멋들어지게 성공하고 썩 괜찮은 남자 만난다는 로맨스 소설이다. 그래서 싫다. 소설이니까 당연히 소설다워야 하겠지만 소설다워야 하는 것에 꼭 남들과 똑같은 스토리이어야 한다는 것은 없다. 차라리 나빈우가 유학을 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랬다면 '역시 후르츠 캔디'라고 찬사(!)를 보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어공주>의 알리사는 실어증을 앓다가 물에 빠진 남자를 구하면서 사랑에 빠진다. 그 남자 앞에서 해맑게 웃는 알리사의 표정과 시체 게임에서 이긴 후 천연덕스럽게 보인 미소는 그야말로 아름답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과 너무나 어이없는 반전에 기가 막혔지만 '와, 정말 괜찮은 영화구나!'하게 만들었다.
칙릿이든 로맨스든 너무 똑같은 스토리 구성은 역시 지루하다. "댁이 나이가 들어서 그래요"라고 한대도 뭐 할 수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 그리고 역시 취향이니 정말 재미있다는 독자도 많을 것이라고 본다. 하긴 내가 이 책을 읽고 어쩌고 했더니 이십 대들은 "어머낫! 정말 재미있던데" 하며 나의 의견에 경악을 금치 못하더라마는…. 그나저나 괜히 읽고 이런 리뷰나 쓰고 괜히 미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