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자살 클럽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전 특이하게도 무조건 읽게 되는 종류의 책이 있습니다. 물론 작가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내용을 봐서도 재미있으면 고르게 되지만 말예요. 그 종류 중에 속하는 것이 바로 근대 조선, 즉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입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이 책 『경성 자살 클럽』은 그야말로 '자살'이야기입니다. 근대 조선엔 유별나게 자살이 많았다고 하네요. 누구나 기억하는 대표적인 자살, 윤심덕과 김우진의 이야기는 차치하고라도 읽어보니 정말 별별 자살이 많아요. 대부분의 자살이 연인과 관련한, 특히 남자 잘못 만나 죽는 여인네 이야기들이더군요.

 

 

읽다 보면 좀 웃기지만 경성이라는 도시가 참 작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땐 경성도 작은 축에 속하긴 했겠죠. 더군다나 매체라고는 라디오나 신문이 다 이었을 테고 조금 예쁜 여성이 아침에 종로 거리를 걸었다 하면 이내 온 경성에 소문이 날 정도였으니 작은 소도시에서 자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꼭 제가 자란 그 도시를 보는 것 같더군요.^^

 

대부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지만 그래도 안타깝고 가슴 짠한 이야기가 몇 편 있는데 시집의 이간질로 남편을 구완조차 못하고 떠나보내고 자신도 자살한 「청상과부 신여성 윤영애 자살 사건」, 도둑의 누명을 쓰고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결국은 목을 매고 자살한 이화여전 「고학생 문창숙 집단 따돌림 자살 사건」 그리고 여자는 공부보다는 결혼이 우선이라는 부모의 생각으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한 김용주와 아버지의 외도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관심을 가졌던 여학생 홍옥임의 동반 자살 이야기는 그 당시 언니 동생 하며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었던 근대 조선의 여성 시대상을 보여준 정말 마음 아픈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들은 신문에 나온 기사들을 소개한 것이기에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계된 유명인들도 보여요. 동반 자살한 홍옥임의 작은아버지가 홍난파였으며 정홍교는 유부남이면서 애인을 두어 결국 그 애인을 자살로 이끈 인물이었지만 조선 사회가 남자의 허물쯤은 너그럽게 눈감아준 탓에 해방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소년운동가로 왕성하게 활동을 했다는군요. 또 언젠가 한위건과 결혼한 이덕요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제 느낌은 이덕요가 정말 예쁘고 조신한 모던 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글쎄, 여자들에게 인기가 너무 많아서 결혼 전까지 수없이 많은 여자들을 갈아치웠다는;;;    

 

그리고 「유전입학 무전낙제, 입시 지옥의 탄생」을 읽으면서 가슴이 턱! 막히더군요. 2010년부터 초중고 아이들 성적을 인터넷에 공개한다는 교육방침을 보고 도대체 이 나라가 어찌되려고…. 물론 돈 많은 집 자식들이나 그런 방침을 제정한 사람들이야 죽어라 과외에 선행 학습 시켜 공개해도 상관없게 만들겠지만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옵니다.(헉! 내가 왜 여기서 흥분을;;) 암튼, 그 당시하곤 상황이 다르지만 아이들이 생고생하는 것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낙제해서 자살하고, 시험 떨어져서 자살하고, 자기 아이가 입학시험에 떨어졌다고 자살한 아버지까지 있는 걸 보면 어쩐지 미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튼 아름다운 자살은 없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저자의 말처럼 장난으로라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말자고 같이 다짐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우울하고 뭔가 자극적인 듯한 제목의 글이지만 읽고 나면 이런 생각도 드네요. 죽을 각오까지 했다면 살아서 그 어떤 힘든 일도 분명히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그러니 자살은 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