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토끼 어딨어? 모 윌렘스 내 토끼 시리즈
모 윌렘스 글.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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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쾌하기 그지없는 그림책을 보면서 유독 인형을 좋아하는 조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동생이 없는 조카에게 인형들은 동생이면서 친구이기에 하나하나가 그 어떤 보물보다도 소중하고 애틋하다. 언젠가는 중국 여행에서 두고 온 '빨딸랑'이라는 곰 인형을 잊지 못해 슬퍼했는데 다행히도 제주 테디베어박물관에 똑같은 놈이 있어 마침 그곳에 여행간 제 아빠 친구의 도움으로 '빨딸랑'을 다시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 돌아온 '빨딸랑'을 보며 얼마나 좋아하던지;;;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제주에 여행에 갔다가 유독 곰돌이 인형을 좋아하는 조카 생각에 사다 주었던 '테디'라는 이름의 곰 인형을 미국 여행에서 잊어버리곤 돌아와 잠자리에만 누우면 '테디' 생각에 울음을 터뜨리는 조카의 모습을 보다 못해 온 가족이 동원 되어 똑같은 놈을 찾으려 무던 애를 썼었다. 그러나 곰 인형도 세월이 가면 옷의 스타일도 재료도 달라지는 터라 겨우겨우 최대한 비슷한 놈을 그 역시 제주에서 발견하여  주었더니 저도 그 곰이 '테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태미'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그러곤 한동안 데리고 놀 때마다 "우리 테디는 어디 있을까? 착한 친구가 데리고 가서 잘 놀아 주겠지?" 하며 한마디씩 던지더라는…. 그러니 내가 어찌 이 귀여운 그림책의 트릭시를 보고 내 조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이에게 인형은 최초의 친구이다. 그런 인형이 아이에게 있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토끼 어딨어?』의 트릭시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꼬마 토끼가 그러하다. 그러니 어디든 데리고 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유치원에서 트릭시는 소냐가 가지고 있는 토끼 인형을 보게 된다. 그건 트릭시의 꼬마 토끼와 똑같이 생겼던 것! 서로 자기 토끼가 더 좋다고 다투던 트릭시와 소냐. 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결국 유치원이 끝날 때까지 토끼들을 보관하기로 한다. 우울해졌지만 수업이 끝난 후 각자의 토끼를 돌려받고는 다시 기분이 좋아져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 그림책의 그림은 꽤 독특하다. 흑백사진 속에 컬러풀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즉 사진과 손으로 그린 스케치를 조합한 것이다. 잡다한 도시 속 풍경들을 삭제하고 순수한 동심의 마음을 담았다. 또한 스케치 속에 나타난 인물들의 익살스런 표정이나 감정 표현들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신나게 자다가 불현듯 눈을 뜬 트릭시의 발광된 눈의 모습이나 동그란 눈으로 걱정 가득한 모습을 담고 소냐를 만나러 뛰어가는 모습, 또 서로의 감정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하고 둘이 키득거리며 웃는 모습들은 정말 너무 귀엽다.

 

 

우연한(!) 소통으로 단짝 친구가 된 트릭시와 소냐! 그 둘의 모습에서 사회로 첫 발을 내디디며 인형이 아닌 친구와의 우정이 시작됨을 보여준다.

 

이렇듯 작은 그림책 한 권이 그 어떤 소설들보다도 더 가슴 뭉클하고 따뜻하며 재미있다는 것은 그림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바이다.

 

아, 트릭시는 소냐의 토끼를 보는 순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토끼인 줄 알았던 꼬마 토끼가 또 하나 더 있다고 상심해 했지만 그림을 잘 살펴보면 똑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고로, 이 그림책은 그림을 잘 음미하고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림의 감정을 읽어봐야 한다는 사실. 트릭시가 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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